시조

추삼제(秋三題)............이 희승

바보처럼1 2006. 7. 27. 00:19

<추삼제>

 

벽공(碧空)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淸淨無垢)를

드리우고 있건만.

 

 

낙 엽

시간에 매달려

사색에 지친 몸이

 

정적(靜寂)을 타고 내려

대지에 앉아보니

 

공간을 바꾼 탓인가,

방랑길이 멀구나.

 

 

남창(南窓)

햇살이 쏟아져서

창에 서려 스며드니

 

동공(瞳孔)이 부시도록

머리속이 쇄락해라.

 

이렇듯 명창청복(明窓淸福)을

분에 겹게 누림은.

 

 

 

*시집 박꽃 수록

가을의 소재세 가지를 통해 느껴지는 가을의 맑음과 그윽함을 노래했다.

3수 1편으로 된 연시조면서,

주제는 각기 독립되어 있는 연작 시조이다

<벽공>은 감각적이요,<낙엽>은 시간과 사색과 고요의 이동, <남창>은 이러한 가운데 느끼는 인간의 행복감을 각기 노래했다.

 

 

<망향탄(望鄕歎)>

 

통일로

허리 잘린 조국 강토 이어 보려 길을 닦아

북으로 탄탄대로 달리어 백 리러라

나 왔소, 어서 오시오 껴안아 볼 날 언젠가

 

자유의 다리

산도 내 산이요 물도 내 물이언마는

철마 울던 독개다리 이름만이 자유로세

물 건너 눈익은 산들 손짓하는 저 모습

 

임진각

나루터에 솟아 있는 임진각 다락 위에

낯설은 외국 손들 구경거리 재미로만

여기서 목메는  줄야 저들 어찌 알리오

 

*온 겨레의 염원이니 통일을 기원한 시조.

소재는 세 가지지만 주제는 남북통일 하나로 귀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