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봉선화.............김 상옥

바보처럼1 2006. 8. 21. 23:30

<봉 선 화>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 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보듯 힘줄만이 서누나.

 

*문장9호(1939.10) 수록.

추천 작품. 이 작품에 대한 가람의 평은 다음과 같다.

--이런 정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이런 표현만은 할 이가 그리 많지 못할 것이다.타고난 시인이 아니고는 아니될 것이다.

 

 

<백자부(白瓷賦)>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에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봉선화 와 같은 계열에 속한다.

이조의 유물인 백자기에 그려진 그림과 표면의 순결함을 그리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우리 겨레의 순박성을 기리고 있다.이 백자에 그려진 그림은 십장생(十長生:日.雲. 水 石.山. 松.不老草.龜 .鶴 .鹿)이다.

*갸우숙: 갸우뚱

*비껴: 비스듬히

 

 

<사향(思鄕)>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순박하고 평화로운 고향을 노래하고 있다.

1연: 고향의 모습

2연: 과거의 추억.

3연: 추억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서운스러움.

*주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초집: 초가집.

*멧남새: 산나물.

*어마씨: 어머니.

*애젓하오: 애틋하오.

 

 

<다도해>

 

쟁반에 담긴 쪽빛, 뉘가 여길 바다랬나!

멀리 구름 밖에 겹겹이 포개진 것.

그린 듯 고운 아미에 졸음마저 오누나.

 

이제 막 솟아오른 반만 핀 꽃봉오리

잠길 듯 둥근 연잎, 떠 있는 물굽이로

잔진히 흐르는 돛대 나비 되어 숨는다.

 

어미소 곁에 노는 귀여운 망아지 떼

송아지 뒤따르다 돌아보는 얼룩말들

점점이 꿈을 먹이는 푸른 벌판이구료.

 

<다보탑>

 

불꽃이 이리 튀고 돌조각이 저리 튀고

밤을 낮을 삼아 정소리가 요란ㅎ더니,

북국사 백운교 탑이 솟아 오르다.

 

꽃쟁반 팔모 난간 층층이 고운 모양,

임의 손 간 데마다 돌옷은 새로 피고,

머리엔 푸른 하늘을 받쳐 이고 있도다.

 

*1연: 다보탑의 창작 과정

*2연: 그 예술성

*주제는 다보탑에 어린 얼과 예술미

*정: 돌을 다듬는 연장.

*돌옷: 돌에 낀 이끼를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