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심(戀心)>
머루 다래 덩굴길로
실 같은 길은
산을 넘고 산을 넘어
길게 뻗치고
구김 많은 내 마음의
실 같은 길도
그대 그린 마음이라
끝이 없다오.
*박 재륜에 대한 평가
-출발에서부터 박 재륜으 시는 모더니즘계에 속하는 작품으로 계산되어 왔다. 그의 작품에 특별히 이미지의제시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시에는 감정이 최대한으로 절제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언어는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지적인 시에 모더니스트의 작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 의미에서 박 재륜의 작품을 동계에 속한다고 본 종래의 평가에는 큰 잘못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그의 시에 모의의 평을 보낸 사람은 한 국 모더니스트의 리더격이었던 김 기림.
<메마른 언어>
우리들이 언어는 메마르다.
바람같이 메마른 언어는
뜻을 낳지 못한다.
--나의 언어는 뜻을 낳지 못한다.
우리들의 언어는 형태 없다.
바람같이 형태 없는 언어는
각운(脚韻)을 지니지 않는다.
---나의 언어는 각운을 지니지 않는다.
메마른 언어는
우리 입에 자신을 주지 않는다.
각운 없는 언어는
우리 입에 노래를 주지 않는다.
---나의 입은 자신 없고
---나의 입은 노래를 모른다.
우리의 언어는 바람 같은 것이다.
바람같이 울림만이 남는 것이다.
바람같이 소리만이 남는 것이다.
---나의 언어는 고백을 모르고
---나의 언어는 기원을 모른다.
우리들의 언어는 바람 같은 것이다.
바람같이 갈대를 울려 보는 것이다.
바람같이 벌판을 달려 보는 것이다.
나에겐 '그대' 부를 언어는 없다.
<천상(川上)에 서서>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바라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듣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느끼는 것이다.
흐름이 계곡을 흐르듯
목숨이 흐름되어
우리들의 살을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의 뼈를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흐름이 계곡을 흐르듯
목숨이 흐름되어
우리들의 살을 노래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뼈를 우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것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그것을 눈여겨 바라보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시집 <궤짝 속의 왕자>(1959) 수록
물의 흐름을 통해서 생의 이미지를 담담하게 관조하고 있다.
원시에는 작품 끝에 <논어> '자한편(子罕篇)'에 있는 구절--"선생님이 냇가에서 말씀하시기를 '지나가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라, 밤낮없이 멎지 않는다.'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가 원문대로 실려 있다.
*주제는 생의 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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