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수(30) -
A이영수씨와 S카드사 사이의 보증계약은 얼핏 유효하게 성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흠이 있습니다. 평온한 사생활의 장이 되어야 할 가정에 밤에 불쑥 들어와 형사처벌의 공포심을 유발시키고는,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공정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대등한 지위가 전제되지 않은 계약은 허구입니다.
민법 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약한 지위에 편승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를 무효화시키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젊은이인 이영수씨가 야간에 잠에서 깨 경솔하게 계약을 맺은 것인데, 자신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고 S카드사만 부실채권의 가치를 높이는 이익을 얻게 된 보증계약은 불공정한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증채무를 무효로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민법 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계약 당시 상황을 다시 보면,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이영수씨 동생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든지 하는 것으로 이영수씨를 속인 것일 수도 있고 겁을 줬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실제로 추심행위를 한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상황을 묘사했을 뿐 현실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협박을 입증하기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물며 “사랑한다.”는 말도 반복해서 하면 사생활침해가 되는데,“돈달라.”는 이야기는 불편한 시간, 장소, 상황에서는 침해 정도가 심하고 경우에 따라 강박과 사기의 효과를 가집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강박과 사기 범주에 포함되기 어렵지만, 사실상 강력한 침해의 수단이 되는 행위를 별도의 법이 규제하고 있습니다.
채권추심업의 근거가 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26조7호는 채권추심업무를 행할 때 신용정보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폭행·협박을 하거나 채무자의 채무상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관계인에게 알리는 행위, 심야방문 등은 이 조항에 의해 규제를 받고, 어길 때는 추심자가 3∼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심야에 추심자 방문을 받은 이영수씨는 S카드사에 대한 보증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