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정 물(정물)........구 경서

바보처럼1 2006. 11. 7. 19:00

<정 물(靜物)>

 

은쟁반 속에

그 과수원은

싱그러운 가을 바람

사과 배 청포도......

 

그것들은

포개 쌓인 피리미트 형의 자세로

피곤한 한숨을 잔다

위대한 음악의 반주로

입체의 핵과 핵은

심연의 사상.

 

하나의 계시

원의 울타리 속

원숙한

발효

그리고

생명의 시간을 기다린다.

 

그것은

사자(死者)의 치아 앞에서

돌과 같이 굳어져 있는

과일들의 인력(引力).

 

그 하이얀 에프론

위에 과수원

아침

햇살에

난무(亂舞)하는

미각(味覺)의 나이프

 

하나.

 

*구 경서의 시세계는 사물을 대하는 날카로운 감상과 발랄한 발상, 그리고 풍요한 시어를 구사하면서, 자연과 인생, 개인과 사회, 민족과 국가,인류와 세계, 현실과 역사들을 상대로 하여 내일을 창조하는 철학을 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