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광복과 동란 전 후의 풍토.....고 원...<모나리자의 손>

바보처럼1 2006. 11. 7. 17:43

<모나리자의 손>...........고 원

 

저녁 냄새가 번지는 미소,

그쪽으로 가까이 가면서

나는 유난히 커다란

모나리자의 손을 느낀다.

두껍고 따뜻하다.

 

이 손은 나의 어느 부분이든지

스쳐가거나 휘감을 수 있고, 나를

저 아래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소 뒤의 세계는

그 손, 큰 손 때문에

어둡고 차지 않은가?

 

놀빛 속에 입술이 흐르는구나.

 

*다 빈치의 불멸의 명화 모나리자의 영원한 미소 속에서 무엇인지 인간의 절대적인 힘과 구언을 느끼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어느 시간의 대위법>

 

다 같이 발을 멈추면

더욱 어수선한

교통 차단의 질서 밖에서----

 

----거만히 어깨를 치는

----가로수의 가랑잎 하나.

 

습기 어린 정지를 넘어

시민의 말없는 의식이 질주하고

서로를 민망한 눈으로

또 시간을 묻는다.

 

<어서 가야지>

............

(점선을 이해하는 대화)

흰 구름 꼬리가 조용히 흐른다.

그리고 작렬(炸裂)의 불길!

정말 어서

지금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유동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기를 의식하는 지적 작업을 노래하고 있다.

"전선을 이해하는 대화"란 모든 침묵 속에서 이해해 버리는 주고 받는 말을 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의식에 밀착된 준엄한 고발의 시이다.

 

 

<오늘은 멀고>

 

오늘은 멀고

오늘은 먼저

내일이 오는 지점에

꽃냄새를 맡듯이

마음이 멎는다.

꽃냄새는 없는데,

자리는 비었는데----.

 

거기엔 분명히 와야 할

아무도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다만 마음으로서

한결 충만해짐을 느끼는 것일까?

풍만한 게 아니라 꽉 차 버리는

포말(泡沫)의 포화 상태!

 

그것은 밀리고 밀린

'미움'의 포화(飽和).

사랑스러워서

사랑하고 싶어서

모든 가슴에 사무친

미움을 노래할 시를 쓴다면

이 순간에도 여유를 생길까 보다.

 

기억으로 통하는

아름다운 별들의

밝은 공간,

이런 때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음을 토하는 귀뚜리미 소리는

단절이 없이 숨이 막힐 뿐.

 

땅에는 갔어야 할 어제의

무거운 그림자가 우둔한 채,

또 다시 오늘은 멀고

내일이 멀리

머리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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