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하늘과 태양만이 남아 있는 도시.........김 규용

바보처럼1 2006. 11. 8. 22:46

<하늘과 태양만이 남아 있는 도시>

 

슈--샤인

. .

 

애수에 젖어

소리에 젖어

오늘도 나는 이 거리에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계절을 앓은 남루를 걸치고

숱한 사람들 속 사람에 부대끼며

수 없는 시선에 사살(射殺)되면서

하늘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인제 저 푸른 하늘이 마시고 싶어

이렇게 가슴 태우며

오늘도 이 거리에서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간판이 커서 슬픈 거리여

빛깔이 짙어서 서글픈 도시여

추잉검을 씹어

철사처럼

가늘어 간 허리들이

색깔 검은 아이를 배었다는 이야기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것이고

 

방금

회색의 지평을 넘어

 

달려 온

그 하이야가

초록빛 커튼이 흘러 나오는 이층집

여인들의 허리춤에

보석 훈장을 채워 줬담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흘러 버릴 수 있는 소문이란다.

 

그 어느 날

바닷가에서

가을이 비 오는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그리는 애상의 포물선에

흰 이마를 적시우며

젊은 소설가는

그가 거느린 가족의 몰살을 기도하였고

 

나는 그대로

전날--

컴컴한 가스등의 지하실에서

하--얀 환약을 삼키고 쓰러진

시인의 손을 잡았던 것도

벌써 아무것도 아닌 지나간 이야기여서......

 

쇼윈도우의 추녀 밑에 멈춰 서면

아!

그대와 나

이 거리에서

참말 떳떳한 몽유병자였구려.

 

오늘도 밀선(密船)은

홍콩에서

하와이에서

대만에서

파라솔처럼 팽팽한

하늘을 둘러 쓰고

이 항구로 달려든다 하였지-

 

몰아치는

검은 바람을 안고

섬의

공장 굴뚝들은

폐마처럼 숨이 가쁘냐.

 

한 폭

정물처럼

고요한 전함들이 뒹굴어 있는

오후의 해상에 그림자를 흘리며

비행기는 허망한 공간에서

내일이 권태롭구나.

 

패스포드처럼 쉽게 통과하는

로타리의 물결에 섞여

 

슈사인

.

애수(哀愁)에 젖어

음향에 젖어

저물어 가는 태양 아래

아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간판이 커서 기울어진 거리여

아아 빛깔이 짙어 서글픈 도시여.

 

*제목 자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시의작자는 현대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1연의 . .는 시각적 효과.

2연의 "소리"는 슈사인이 부르짖는 도시이다.

3연 "하늘이 마시고 싶어"에서 현대 문명에 대한 시인의 염증을 느낄 수 있다.

"폐마처럼 숨이 가쁘냐"고 공장 굴뚝을 노래한 것은 그것이 병든 문명의 상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제는 현대 문명의 폐단에 대한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