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태양만이 남아 있는 도시>
슈--샤인
. .
애수에 젖어
소리에 젖어
오늘도 나는 이 거리에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계절을 앓은 남루를 걸치고
숱한 사람들 속 사람에 부대끼며
수 없는 시선에 사살(射殺)되면서
하늘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인제 저 푸른 하늘이 마시고 싶어
이렇게 가슴 태우며
오늘도 이 거리에서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간판이 커서 슬픈 거리여
빛깔이 짙어서 서글픈 도시여
추잉검을 씹어
철사처럼
가늘어 간 허리들이
색깔 검은 아이를 배었다는 이야기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것이고
방금
회색의 지평을 넘어
달려 온
그 하이야가
초록빛 커튼이 흘러 나오는 이층집
여인들의 허리춤에
보석 훈장을 채워 줬담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흘러 버릴 수 있는 소문이란다.
그 어느 날
바닷가에서
가을이 비 오는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그리는 애상의 포물선에
흰 이마를 적시우며
젊은 소설가는
그가 거느린 가족의 몰살을 기도하였고
나는 그대로
전날--
컴컴한 가스등의 지하실에서
하--얀 환약을 삼키고 쓰러진
시인의 손을 잡았던 것도
벌써 아무것도 아닌 지나간 이야기여서......
쇼윈도우의 추녀 밑에 멈춰 서면
아!
그대와 나
이 거리에서
참말 떳떳한 몽유병자였구려.
오늘도 밀선(密船)은
홍콩에서
하와이에서
대만에서
파라솔처럼 팽팽한
하늘을 둘러 쓰고
이 항구로 달려든다 하였지-
몰아치는
검은 바람을 안고
섬의
공장 굴뚝들은
폐마처럼 숨이 가쁘냐.
한 폭
정물처럼
고요한 전함들이 뒹굴어 있는
오후의 해상에 그림자를 흘리며
비행기는 허망한 공간에서
내일이 권태롭구나.
패스포드처럼 쉽게 통과하는
로타리의 물결에 섞여
슈사인
.
애수(哀愁)에 젖어
음향에 젖어
저물어 가는 태양 아래
아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간판이 커서 기울어진 거리여
아아 빛깔이 짙어 서글픈 도시여.
*제목 자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시의작자는 현대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1연의 . .는 시각적 효과.
2연의 "소리"는 슈사인이 부르짖는 도시이다.
3연 "하늘이 마시고 싶어"에서 현대 문명에 대한 시인의 염증을 느낄 수 있다.
"폐마처럼 숨이 가쁘냐"고 공장 굴뚝을 노래한 것은 그것이 병든 문명의 상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제는 현대 문명의 폐단에 대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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