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석간(夕刊).........박 태진

바보처럼1 2006. 11. 11. 21:32

<석 간(夕刊)>

 

구미를 잃은 오후 어느 오후

자기가 자기인지를

모를 때가 있다던 이 형이

버리고 간 석간 하나

 

악착스러운 것만이

인생은 아니건만

흰불나방으로 헐벗은 나무같이

앙상한 이야기의

그밖에 곰팡내 풍기는

판에 박힌 가사거리며

이제는 네 면의 낭자한 활자대로

장마에 젖은 어저깨일 뿐

 

허기야 금시라도 하늘가

그러한 혼미(混迷)의 구름이 걷어

산다는 뜻의 가교(架橋)에 맺힌

이슬 같은 너의 두 눈이

푸른 하늘 초조히 달래기 마련

네 면의 그슬린 아우성보다는

이 형, 인정 뜨신 이야기나

나누고 갈 것이지

 

*불신과 비정의 시대에 사는 인간의 고독감, 그 속에서 작자는 인정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뜻의 가교에 맺힌 이슬"은 다정스러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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