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간(夕刊)>
구미를 잃은 오후 어느 오후
자기가 자기인지를
모를 때가 있다던 이 형이
버리고 간 석간 하나
악착스러운 것만이
인생은 아니건만
흰불나방으로 헐벗은 나무같이
앙상한 이야기의
그밖에 곰팡내 풍기는
판에 박힌 가사거리며
이제는 네 면의 낭자한 활자대로
장마에 젖은 어저깨일 뿐
허기야 금시라도 하늘가
그러한 혼미(混迷)의 구름이 걷어
산다는 뜻의 가교(架橋)에 맺힌
이슬 같은 너의 두 눈이
푸른 하늘 초조히 달래기 마련
네 면의 그슬린 아우성보다는
이 형, 인정 뜨신 이야기나
나누고 갈 것이지
*불신과 비정의 시대에 사는 인간의 고독감, 그 속에서 작자는 인정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뜻의 가교에 맺힌 이슬"은 다정스러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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