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소녀는 배가 불룩했읍니다................전 영경

바보처럼1 2006. 11. 21. 17:26

<소녀는 배가 불룩했읍니다>

 

섭씨 0 도

해빙 봄 초원 꽃 나비 나비가 있어

봄은 더욱 좋았읍니다

라일락 무성한 근르 밑에

오월은 있었읍니다

소녀가 붉으스런 얼굴을 가리우며 아니나 다를까

계절을 매혹했읍니다

솟구친 녹음을 헤쳐 소녀는

난맥(亂脈)을 이루었읍니다

라일락 무성한 꽃 가루 속에 묻혀 나비는

바다를 잊었읍니다

바다

몇 번인가 파도가

소녀의 유방을 스쳤읍니다 이방인처럼

소녀는 붉으스런 보조개에 부끄러움을 가리우는 걸랑

필시 계절을 잉태했는가 봅니다

섭씨 0도

그 어느 날 나비는 학살을 당했읍니다

슬펐읍니다

소녀는 엽서와 더불어 목놓았읍니다

실컷 울었읍니다

병든 잎을 지우며 구구구구 비둘기가 날으던 날

소녀는 배가 불룩했읍니다

 

*이 시는 전쟁의 비극에 대한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비"로 상징되는 남자의 죽음이 남긴 "소녀의 불룩한 배"는 바로 전쟁이 남긴 비극적 결말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시는 전쟁의 비극성과 인간 존재의 허무를 관능적 이미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