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색(暮色)>
여기
버스 종점에서
피곤한 승객들이 흩어지고
어디선가 울어대는
영아(영兒)의 금속성에서
나는
오늘의 생활을 계산해 본다.
높이 솟은 고압선 철탑에
찢어진 연 하나가 걸려 있는데
그 밑에서
노오란 모색만이
외롭게 남는다.
나도
머얼이서 떠나온 여인(旅人)처럼
낯설은 동공(瞳孔)을 굴리고 섰는데,
마주 앉았던
여인의 흰 치아가
자꾸만 인상 깊다.
우리집 낡은 라디오가
오페라 감상을 시직했을 게다.
나는 계절의 향기를 씹으며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다.
나의 위치가 움직이는
버스 종점에
노오란 모색만이 호올로 남는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부가시키고 있다.
*주제는 석양의 귀로에서 하루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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