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모색...........장 수철

바보처럼1 2006. 11. 21. 17:16

<모 색(暮色)>

 

여기

버스 종점에서

피곤한 승객들이 흩어지고

 

어디선가 울어대는

영아(영兒)의 금속성에서

나는

오늘의 생활을 계산해 본다.

 

높이 솟은 고압선 철탑에

찢어진 연 하나가 걸려 있는데

 

그 밑에서

노오란 모색만이

외롭게 남는다.

 

나도

머얼이서 떠나온 여인(旅人)처럼

낯설은 동공(瞳孔)을 굴리고 섰는데,

 

마주 앉았던

여인의 흰 치아가

자꾸만 인상 깊다.

우리집 낡은 라디오가

오페라 감상을 시직했을 게다.

 

나는 계절의 향기를 씹으며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다.

 

나의 위치가 움직이는

버스 종점에

노오란 모색만이 호올로 남는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부가시키고 있다.

*주제는 석양의 귀로에서 하루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