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4월............전 봉건

바보처럼1 2006. 11. 21. 17:29

<4 월>

 

무언지...... 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 새 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씨의

샛맑안 살결인 양 !

 

*생략의 함축적 효과가 엿보이는 감각적인 시이다.

 

 

<축 도(祝禱)>

 

말끔히 문풍지를 떼어 버렸읍니다.

 

언덕 위에 태양을

거리낌 없이 번쩍이게 하십시오

 

풋색씨의 젖꼭지처럼 부풀은

새 싹을 만지게 하십시오

 

어는 나뭇가지 우묵한 구멍에서 꾸불거리며

나오는 새파란 벌레를 보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사람들에게 꽃병을 하나씩

마련할 것을 명하십시오

 

나는 흙으로

빚어 만드오리다

 

그리고 파아란 바람을 보내시어

그 속에서 꽃들을 서광처럼 솟아오르게 하시어

 

쌍바라다지도 들창도 유리창도

집마다 거리마다

 

모두

 맑은 미소같이 풀리게 하십시오

 

오 ! 수없는 나비와 꿀벌의 날개를

이제 온 주위에서 서습치 말고 펴십시오.

 

꽃향 무르녹는 나무 사이사이에

펄럭펄럭

 

승리의 깃발처럼 치마폭

휘날리시어

 

종다리처럼 나의 푸름을

오 ! 소스라쳐 오르게 하십시오

 

 

<서 정>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는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피 아 노>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러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는 손으로부터 연상된 이미지를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표현미.

 

 

<음 악>

 

말 오양간 냄새가 나는 이에스 크리스도의

머리에서 빛난 기적처럼

너는 전쟁의 계단을 포복하는 군단의

불면이 겹싸여

탄피와 같이 굳어진 나의 눈시울 속에 살았다.

 

어느 날 아침

장미와 인간을 위한 하늘처럼 별처럼 노오랗게 새파랗고

또 무슨 여러 가지 샛말간 색깔의 과실들과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들과 바다처럼

부드러운 나래처럼

음악이여

 

눈동자들이 얼굴들이 손들이

부서진 무수한 창유리를 닮으며 떨어진 지평에서 내가

태양 같은 처녀의 나신(裸身)의 효용성을

생각한 까닭이다.

총알이 지나간 내가

깃발처럼 일어서면서

 

*시인은 삶과 죽음, 전쟁과 음아의 네 가지 이미지를 혼합하여 생존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 하나의 구원인 음악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주제는 음악이 생존에 부여하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