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
무언지...... 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 새 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씨의
샛맑안 살결인 양 !
*생략의 함축적 효과가 엿보이는 감각적인 시이다.
<축 도(祝禱)>
말끔히 문풍지를 떼어 버렸읍니다.
언덕 위에 태양을
거리낌 없이 번쩍이게 하십시오
풋색씨의 젖꼭지처럼 부풀은
새 싹을 만지게 하십시오
어는 나뭇가지 우묵한 구멍에서 꾸불거리며
나오는 새파란 벌레를 보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사람들에게 꽃병을 하나씩
마련할 것을 명하십시오
나는 흙으로
빚어 만드오리다
그리고 파아란 바람을 보내시어
그 속에서 꽃들을 서광처럼 솟아오르게 하시어
쌍바라다지도 들창도 유리창도
집마다 거리마다
모두
맑은 미소같이 풀리게 하십시오
오 ! 수없는 나비와 꿀벌의 날개를
이제 온 주위에서 서습치 말고 펴십시오.
꽃향 무르녹는 나무 사이사이에
펄럭펄럭
승리의 깃발처럼 치마폭
휘날리시어
종다리처럼 나의 푸름을
오 ! 소스라쳐 오르게 하십시오
<서 정>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는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피 아 노>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러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는 손으로부터 연상된 이미지를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표현미.
<음 악>
말 오양간 냄새가 나는 이에스 크리스도의
머리에서 빛난 기적처럼
너는 전쟁의 계단을 포복하는 군단의
불면이 겹싸여
탄피와 같이 굳어진 나의 눈시울 속에 살았다.
어느 날 아침
장미와 인간을 위한 하늘처럼 별처럼 노오랗게 새파랗고
또 무슨 여러 가지 샛말간 색깔의 과실들과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들과 바다처럼
부드러운 나래처럼
음악이여
눈동자들이 얼굴들이 손들이
부서진 무수한 창유리를 닮으며 떨어진 지평에서 내가
태양 같은 처녀의 나신(裸身)의 효용성을
생각한 까닭이다.
총알이 지나간 내가
깃발처럼 일어서면서
*시인은 삶과 죽음, 전쟁과 음아의 네 가지 이미지를 혼합하여 생존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 하나의 구원인 음악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주제는 음악이 생존에 부여하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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