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수병(靑磁水甁)>
아련히 번져 내려
구슬을 이루었네.
벌레를 살며시
풀포기를 헤치듯
어머니의 젖빛
아롱진 이 수병으로
이윽고 이르렀네>
눈물인들
또 머흐는 하늘의 구름인들
오롯한 이 자리
어이 따를손가.
서려서 슴슴히
희맑게 엉긴 것이랑
여민 입
은은히 구을른 부프름이랑
궁굴르는 바다의
둥굿이 웃음 지은 달이라커니.
아롱아롱
묽에 무늬지어 어우려진 운학(雲鶴)
엷고 아스라하여라.
있음이어!
오, 저으기 죽음과 이웃하여
꽃다움으로 애설푸레 시름을
어루만지어라.
오늘
늬 사랑 이렇듯 아늑하리야?
꽃잎이 팔랑거려
손으로 새는 달빛을 주우려는 듯
나는 왔다.
오, 수병이여!
나의 목마름을 다스려
어릿광대
바람도 선선히 오는데
안타까움이야
호젓이 우로(雨露)에 젖는 양
가슴에 번져내려
아렴풋 옥을 이루었네.
*청자 수병을 통해 우리 조상의 얼을 노래하고 있다. 아어(아어)의 멋을 살린 수사와 짜임새있는 형식미가 일품이다. 고전미 넘치는 작품.
*달이라커니: 달이라거늘
*아늑하리야: 아늑할 것인가.
*손으로 ~왔다: 미의창조에 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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