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설..........권 일송

바보처럼1 2006. 12. 5. 19:56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설(序說)>

 

아르노 강변의 꽃도 지고

백합 문장(紋章)의 도시와 창들이

이파리를 접으며 가을에 사위는

 

눈을 들면 낙엽으로 저무는 모든 것

글썽한 눈물이게 내 맘도 지고

4년을 하루같이 순금으로 일렁였던

마지막 한 점 붓을 놓았을 때

 

모나리자 모나리자 모나리자

부인 '지오콘다'여----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울지 않겠읍니다.

 

당신의 신비로운 눈동자와 함께

그 온갖 것

내게서 소리없이 사라져 간다 할지라도

영원을 때리는 오묘로운 빛보라

그 앞에서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러워하지 않겠읍니다.

 

육신에 닿는 아픈 여백의 사랑을 말고

찰나에 숨지는 이슬의 영광을 말고

이승에서 만나는 그 최후의

값진 두려움에 떠는 담홍빛의 영혼들

 

이윽고 첫날같이 칠칠한 밤이 내리고

서늘한 내 손이

깊디깊은 산회(散會)의 덧문에 걸리어

서성이고 있었던 경이의 순간

 

모나리자 모나리자 모나리자

부인 '지오콘다'여----

그때 당신의 수정 입술은

내 머리털에 부딪고

처음으로 내미는

당신의 부신 손목에 입맞추었을 때

오호 전혀 부끄러운 쉰 넷의 생애

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차마 울 수조차 없었읍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오지 못할 길

죽음과 만날 그 최후의 약속 위하여

나는 눈 덮인 알프스를 넘고

당신은 카라브리아 연안(沿岸)

지아비 프란체스코의 곁으로

달려갔읍니다.

 

사랑이란 기다리는 플로레스의 꽃밭

예술이란 호올로 남는

나의 키 큰 그림자에 불외(不外)했던 것

 

나의 손은 이미 조용한 천상의 것

당신의 눈동자는 이승을 출렁이는

고요한 상징과 강물의 회귀(回歸)로 시방은

문예부흥의 심장

플로렌스에 떨구는

나의 한 방울 눈물의 의미처럼

 

아르노 강변의 꽃은 지고

내 맘의 설운 문장도 어둠에 묻히는

부인 '지오콘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