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서 울...........박 재룡

바보처럼1 2006. 12. 7. 22:47

<서 울>

 

저렇게 하늘이 얕아서 쓰겠는가?

광화문부터 종로를 사뭇 걸어가노라면

지붕이며, 유리창이며, 간판이며, 모두를

저렇게 얕게 하늘 가까이 들러붙어......

 

연변의 경복궁은 저만큼 먼발치서 차라리

안 보이는 뒷뜰악의 그, 응향(凝香)의 먼지 낀 냄새들을 쭈그리고 앉아

낡은 섬돌의 이끼 침묵들을 묵묵히 맡고 섰다.

 

아, 그 누가 알것인가?

머언 그 옛적 머언 그 조선 시절에

구중(九重)에서 안락하게 살다 간 이들이

지금은 무릎까지 시려 오는 그 제단에서 드디어는 떠나

저기, 저 눈부신 빛들을 화사히 줏어 입고들 나와 선 것을...... .

층층벽으로, 모퉁이로, 길가로

바람에 채일 듯이 싸늘히 선

낯선 저 얼굴들 위에, 눈빛 위에, 몸짓 위에.

 

그리고 그 예리한 빛들이, 지금은

지붕 위에서 다락키만큼 높은 그 끝까지 다가붙어

위태로이 그 위를 닿으려고 저마다 날카롭게 빛이 선 것을..... .

 

그래도 그래도 꺼질 듯이 흩날려 버릴 듯한

이 서울이 끄덕도 않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저 삼각이나 북악만큼 든든한 마음끼리

이 바닥을 깊이 움켜잡고 있는

힘 있는 어느 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렸다.

 

돌이...걸이...돌이 ...걸이 엇갈린 아우성들.....

 

고층을 오르내리는 그물을 뜨는 손짓과 손짓들.....

앞뒤 물의 낯들... 엇갈린 선과 선들...

수연(愁然)이 그리워, 눈물이 그리워, 슬픔이 그리워, 그늘이 그리워...

제 콧날 위의 하얀 제 별도 모 떠받아

서울은 나부껴, 하얗게 가루처럼 나부껴

...........

 

*박 재룡의 시세계는 샤머니즘적인 낭만주의로 알려져 있다.그는 주로 무속적 신앙과 영적 귀신으라는 한국 전통으 토속적 신앙 풍습을 수단으로 환상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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