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돌연한 빛..........로제티

바보처럼1 2007. 3. 31. 19:13

<돌연한 빛>

      Sudden Light

 

내 일찌기 여기 왔던 일이 있다.

언제 어떻게 왔는지는 말할 수 없어도

문 밖의 잔디며 코를 찌르면서도 달콤한

향기, 한숨 쉬는 물결소리.

해변을 에워싼 등불을 나는 안다.

 

그대 일찌기 내 사람이었다.

언제였는지는 지금 잊었지만

하늘 높이 날으는 제비 한 마리

그대 그 쪽으로 얼굴 돌리던 바로 그 날

너울진 것을 나는 알았다.

 

이 온갖 것들을 잊어야 할까

세월이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 동안

죽음을 뛰어 넘어 우리 생명 안에

새 생명을 소생시켜 밤낮으로

옛날의 기쁨을 누릴 수는 없을까.

 

 

<사랑의 편지>

      Love Letter

 

몸을 기우려 그의 마음 너에게 쏟을 때

그 손에서 더워지고

그 머리 그늘은 아른거려

너 하얀 바탕에 흐르는 검은 잉크와 함께

그의 애달픈 가슴의 고동이 흘렀으리.

 

그의 입김마저 아는

너 하늘거리는 글월이여.

사랑에 화답해 부르는

음악과도 같이

그의 합한 곡조로 나에게 들려다오.

 

나는 황홀히 바랐나니

즐거이 생각에 잠겨

이 값진 종이 그 가슴에 대고

그 가슴의 비밀을

그 가슴으로 숨김 없이 쏟아 놀 때.

아, 또 갑자기 쳐든 눈초리에

그이 영혼이 내 영혼과 합하여

마디마디 하소연이

그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할 때.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 1828-1882); 런던에서 출생,로얄 아카데미에서 미술공부를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 젊은 아내가 사망하자 시 원고를 모두 아내의 관에 매장했다가 나중에 이를 꺼내 첫 시집을 간행.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독한 인생을 마침. C.로제티는 여동생.<민요와 소네트><생명의 집>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