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한 빛>
Sudden Light
내 일찌기 여기 왔던 일이 있다.
언제 어떻게 왔는지는 말할 수 없어도
문 밖의 잔디며 코를 찌르면서도 달콤한
향기, 한숨 쉬는 물결소리.
해변을 에워싼 등불을 나는 안다.
그대 일찌기 내 사람이었다.
언제였는지는 지금 잊었지만
하늘 높이 날으는 제비 한 마리
그대 그 쪽으로 얼굴 돌리던 바로 그 날
너울진 것을 나는 알았다.
이 온갖 것들을 잊어야 할까
세월이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 동안
죽음을 뛰어 넘어 우리 생명 안에
새 생명을 소생시켜 밤낮으로
옛날의 기쁨을 누릴 수는 없을까.
<사랑의 편지>
Love Letter
몸을 기우려 그의 마음 너에게 쏟을 때
그 손에서 더워지고
그 머리 그늘은 아른거려
너 하얀 바탕에 흐르는 검은 잉크와 함께
그의 애달픈 가슴의 고동이 흘렀으리.
그의 입김마저 아는
너 하늘거리는 글월이여.
사랑에 화답해 부르는
음악과도 같이
그의 합한 곡조로 나에게 들려다오.
나는 황홀히 바랐나니
즐거이 생각에 잠겨
이 값진 종이 그 가슴에 대고
그 가슴의 비밀을
그 가슴으로 숨김 없이 쏟아 놀 때.
아, 또 갑자기 쳐든 눈초리에
그이 영혼이 내 영혼과 합하여
마디마디 하소연이
그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할 때.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 1828-1882); 런던에서 출생,로얄 아카데미에서 미술공부를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 젊은 아내가 사망하자 시 원고를 모두 아내의 관에 매장했다가 나중에 이를 꺼내 첫 시집을 간행.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독한 인생을 마침. C.로제티는 여동생.<민요와 소네트><생명의 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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