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음악..............보들레르

바보처럼1 2007. 3. 31. 13:54

<음 악>

      Music

 

음악은 때때로 바다처럼 나를 사로 잡는다!

나는 출범한다.

창백한 별을 향해, 자욱한 안개 밑으로

때로는 끝없는 창공 속으로.

돛대처럼 부푼 가슴

앞으로 내밀고

밤에 묻혀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나는 탄다.

 

나는 느낀다. 신음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진동함을

순풍과 폭우가 그리고 그 진동이

나를 흔든다, 광막한 바다 위에서.

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고양이>

      Cat

 

오려므나, 아름다운 고양이, 사랑하는 내 가슴으로

발톱을 숨기고

금속과 마노(瑪瑙)가 섞인 아름다운 눈 속에

나를 젹셔 주렴.

 

그 머리와 부드러운 등을

느슨하게 손가락을 쓰다듬을 때

전기를 띤 몸에 닿아서

내 손이 쾌락에 빠질 때.

 

내 여인을 마음 속으로 본다. 그 시선은

귀여운 동물이여, 네 눈처럼

깊숙하고 차디차게, 창처럼 꿰뚫어서

발 끝에서 머리까지

미묘한 낌새와 위험한 향기가 감돌아

그 갈색의 몸을 둘둘 싸고 있다.

 

 

<파이프>

        Pipe

 

나는 어느 작가의 파이프.

아비시니아나 까프러리 여인 같은

내 얼굴을 보면 알거야

우리 주인이 대단한 골초임을.

 

주인이 괴로움에 쌓여 있을 때엔

나는 마구 연기를 뿜어 내지요.

들에서 돌아오는 농부를 기다리는

시골집 아궁이와 같지요.

 

불타는 내 입에서 피어 오르는

부드러운 파아란 그물 안에

그의 넋을 얽어 흔들지요.

 

그리고 지독한 향기를 마구 휘둘려

그의 마음을 살살 호리어

그의 지친 머리를 식혀 주지요.

 

 

<내 기억하고 있는>

      What I Remember...

 

내 기억하고 있는, 변두리의

작지만 조용한 우리들의 흰 칠을 한 집을.

포모나의 석고상과 오랜 베니스상이

빈약한 그 무성 속에서

맨 손과 맨 발을 숨기고 있었다.

저녁녘, 장엄히 빛나는 태양이

빛 다발이 산산히 부서지는 유리창 너머에서

불가사이한 하늘에 벌려진 큰 눈처럼

우리들의 오래고 조용한 만찬을 응시하고 있는 듯 했고

검소한 테이블 크로즈와 서어지의 커튼에

큰 촞불의 아름다운 반영(反映)을 한껏 흩뿌리면서.

 

 

<죽음의 기쁨>

       Delight of Death

 

달팽이 기어다니는 진흙 땅에

내 손수 깊은 구덩이를 파리라.

거기 내 늙은 뼈를 편히 쉬게 묻어

물속의 상어처럼 망각 속에 잠들리라.

 

나는 유서를 싫어하고 무덤을 증오한다.

죽어 부질없이 남의 눈물을 바라느니

차라리 내 산채로 까마귀를 불러

더러운 뼈 마디를 쪼아 먹게 하리라.

오 구더기여! 눈도 귀도 없는 어둠의 동반자여

널 위해 부패의 아들, 방탕의 철학자

환영받을 불량배의 사자(死者)는 왔다.

 

주저없이 내 송장에 파고들어

죽음속에 죽은, 넋없는 썩은 살 속에서

구더기여, 내게 물어보라

이제도 괴로움이 남아있느냐고.

 

 

<유 령>

      Le Revenant

 

갈색 눈의 천사처럼

나 그대 침실로 찾아가

밤의 어둠과 함께 조용히

그대에게 숨어들리.

 

그리하여 나 그대에게, 갈색의 여인이여!

달빛처럼 차가운 입맞춤과

구덩이 주위를 기어다니는 뱀의

애무를 해 주리.

 

그리고 창백한 아침이 오면

그대, 밤까지 싸늘할

나의 빈 자리를 보리.

 

그대의 생명과 젊음에

남들은 애정으로 대하여도

나는 공포로 군림하리.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e,1821-1867); 시집<악의 꽃>을 내어 문학사에 충격을 주고 현대 상징시의 신기원을 이룬 프랑스의 시인, 미술 비평가.빅토르 위고는 "새로운 전율을 창조"한 시인이라 평했다. 생전 방탕생활을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