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어요.........디킨슨

바보처럼1 2007. 3. 31. 19:39

<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어요>

       I Never Saw a Moor

 

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어요

나는 바다를 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나는 알고 있어요, 히이드가 어떻게 생겼는지

파도가 어떤 것인지.

 

나는 하나님과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요

하늘 나라를 가 본 적도 없어요

그러나 나는 그 곳을 분명히 알고 있어요

마치 그 곳 지도(地圖)를 받은 것 처럼.

 

 

<내가 만일>

      If I were...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헛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 주고

한 사람의 괴로움을 달래 줄 수 있다면

그리고 힘이 다해 할딱이는 로빈새 한 마리를

보금자리에 다시 올려 줄 수만 있어도

나의 삶은 정녕 헛되지 않으리라.

 

 

<귀뚜리미 울고>

      The Criket is Chiping

 

해는 지고

귀뚜리미는 운다.

일꾼들은 한 바늘씩

하루 위에 실마리를 맺었다.

 

얕은 풀에는 이슬이 맺히고

황혼이 나그네처럼

모자를 정주히 한 쪽 손에 들고

자고 가려는지 발을 머췄다.

 

끝없는 어둠이 이웃 사람처럼 다가왔다.

얼굴도 이름도 없는 지혜가 오고

동서양의 그림 같은 평화가 오고

그리고 밤이 되었다.

 

 

<작은 돌>

       A Small Stone

 

작은 돌은 얼마나 행복하랴

길에서 혼자 딩굴고

일자리에는 아랑곳 없이

위험도 겁나지 않으니.

타고난 갈색 코우트에는

찰라적 우주가 어려 있다.

해처럼 의지함도 없이

혼자서 놀고 홀로 빛나며

그저 소박하게

절대적 섭리를 완수한다.

 

 

<희망은 깃 달린 것>

     Hope is the Things with Feathers

 

희망은 깃 달린 것

내 영혼에 들어 앉아

말 없는 가락으로

끊임 없이 노래 하네.

 

그 노래 산들바람 속에선 달콤하고

폭풍 속에선 가슴 쓰리게 하니

폭풍은 그렇게도 따스함을 많이 지닌

작은 새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

 

가장 추운 나라에서 나는 그 노래를 들었고

낯선 바다 위서도 들었지만

궁지에 빠졌을 때도 그건

내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네.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미국의 여류 시인. 실연과 부친의 성격으로 세상과 떨어저 숨어 살다시피했다. 생전에 한 두편의 시를 발표한데 불과했으나 뒤에 출판된 유고시집으로 인정을 받고 이미지즘의 선구를 이룸.시집<POEMS><The Complete Pomes><Further Poems>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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