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생일..............로제티

바보처럼1 2007. 3. 31. 20:10

<생 일>

      A Birthday

 

내 마음은 물오른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노래하는 새,

내 마음은 살찐 능금 주렁주렁 맺힌

한 그루 휘어진 능금나무

내 마음은 고요한 바다속에

헤엄쳐 가는 무지개빛 조개.

내 마음 이 모든 것 보다 더 기뻐요.

내 사랑 내게 왔으니까요.

 

날 위해 비단과 솜털로 만든 단을 세워요.

모피와 자주빛 천을 거기 씌어 주어요.

거기 비둘기와 석류와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을 예쁘게 새기어 주시고

금빛 은빛의 포도송이와 잎사귀

백합꽃 무늬를 수놓아 주어요.

내 일생의 생일이 왔으니까요.

내 사랑 내게 왔으니까요.

 

 

<마음은 먼저 기쁨을 찾는다>

     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마음은 먼저 기쁨을 찾는다.

그리고 아픔에서 해방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괴로움을 덮어 주는

약간의 진통제를 찾는다.

 

그리고 잠을 찾고

그리고 심판자의

뜻이라면 죽을 것이되

죽음의 자유를.

 

 

<엄마는 벗나무 흔들고>

     Mother Shakes the Cherry-Tree

 

엄마는 벗나무 흔들고

수잔은 버찌 줏으면

아 얼마나 재미있을까

우리 즐겁게!

 

하나는 오빠 주고 하나는 언니 주고

엄마에겐 두 개 더 드리고

아빠에겐 여섯 개를 드리자.

 

 

<기억해 주세요>

     Romember

 

나 죽었을 때 기억해 주세요.

저 먼 곳 정적의 땅으로 가버릴 때.

당신이 이제 내 손 잡을 수 없고

나 또한 가던 길 돌아서 멈출 수 없을 때.

당신이 꿈꾼 우리들의 미래를 내게 날마다

들려줄 수 없을 때, 나를 기억해 주세요.

꼭 기억해 주세요. 그때 가서 생각하거나

기도한다면 때는 이미 늦을 거라는 건

당신도 알지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나를 잠시 잊은 후

훗날 회상하거든

내가 품었던 생각들을 조금도 슬퍼마세요.

날 잊고 웃는 것이

회상하며 슬퍼하는 편보다 훨씬 나아요.

 

 

<드디어 잠들다>

       Sleeping at Last

 

드디어 잠들다. 고통과 격정 다 하고 마침내 잠들다.

갈등과 공포가 지난 후. 차갑고 하얗게

벗과 연인이 보지 못하는 이곳으로

마침내 잠들다.

 

지친 가슴은 더는 우울하거나 암담하지 않다.

고통에 눌림도 없고 떠도는 공포에도 흔들이지 않는다.

꿈없는 잠 속에 꼭꼭 갇혀

마침내 잠들다.

 

깊이 잠들다.잎파리로 둘러친 보금자리에서 노래하는 새들은

나를 깨우지 못한다. 한 줄기 돌풍도 나를 흔들지 못한다.

진홍빛 백리향(百里香), 자주빛 클로버 아래

마침내 잠들다.

 

*C.G. 로제티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죽음을 읊은 것.

 

 

<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When I am Dead, My Dearest

 

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세요.

머리밑에 장미꽃 심지 마시고

      그늘 짓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세요.

비 맞고 이슬 흠뿍 젖어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해주세요.

또한 당신이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 주세요.

      아니 잊으시려거든 잊어 주세요.

 

저는 나무 그늘을 보지 못할 거예요.

      비내리는 것도 모를 거예요

나이팅게일의 구슬픈 노래도

      저는 듣질 못할 거예요.

온갖 것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에 누워 꿈꾸면서

저는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잊을 지도 몰라요.

 

 

*로제티(Christina Georigna Rossetti, 1830-1894); D.G.로제티의 누이동생으로 일생을 독신으로 살며 많은 시를 썼는데 영원한 안식을 희구, 허무와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동화<요마(妖魔)의 저자>등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