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에.........헷세

바보처럼1 2007. 4. 22. 15:33

 

헤르만 헤세 http://on.to/nara

헤르만 헤세 박물관 건립위원회 http://www.hermannhessemuseum.com/index.htm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Because I Love You

 

당신을 사랑하기에 밤에 나는

그토록 설레며 당신께 가서 속삭였지요.

당신이 나를 영원히 못잊도록

당신의 마음을 따 왔었지요.

 

당신의 마음은 나와 함께 있으니

좋든 싫든 오로지 내 것이라오.

설레이며 불타오르는 내 사랑에서

어느 천사라 해도 그대를 데려가진 못해요.

 

 

<나는 하나의 별>

       I am a Star

 

나는 하늘에 달린 하나의 별

세상을 내려다 보고 멸시하지요.

그리고 내 정열 속에 타 버려요.

 

나는 바다, 밤이면 격노 하지요.

낡은 죄에 새 죄를 덮쳐서

무서운 희생을 요구하며 설레는, 비탄의 바다라오.

 

나는 그대들의 세상에서 쫓기어

자만하게 자랐고 자만에 속았지요.

나는 나라 없는 왕이라오.

 

나는 말없는 정열.

집안엔 난로도 없고 전쟁엔 칼도 없지요.

그리고 내 힘에 병들고 있지요.

 

 

<들을 지나>

      Over the Field

 

하늘에 구름이 흐릅니다.

들에 바람이 붑니다.

들을 지나 방황하는 자는

우리 어머니의 유랑의 아들입니다.

 

길 가에 나뭇잎이 딩굽니다.

나무에 새들이 지저귑니다.

나의 고향은 어디쯤 있는지

산 너머 저 먼 곳인가.

 

 

<희 장미>

       White Rose

 

너는 죽음에 몸을 맡긴 채

잎새 위에 서럽게 얼굴을 뉘인다.

유령 같은 빛을 숨쉬며

희푸른 꿈을 띠고 있다.

 

허지만 노래마냥

마지막 가냘픈 빛을 띠며

아직도 하룻밤을

달콤한 네 향기 방안에 스민다.

 

네 어린 영혼은 불안스럽게

이름 없는 것을 더듬거리다

내 가슴에서 웃으며 죽는다.

내 누이인 흰 장미여.

 

 

<안개 속을>

      In Fog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덤불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다 홀로다.

 

내 인생이 아직 밝던 때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어쩌지도 못하게

슬금히 떼어놓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이는 모든 면에서

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산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가을날>

      Autumn

 

숲 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 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 번이아 둘이서 걸었읍니다.

 

이 좋은 날에

오랫 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슬픔도 나에게서

이제 먼 향기 속으로 사라졌읍니다.

 

잔디풀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거기 나도 끼어들어 어린이와 더불어

가락 맞춰 노래 합니다.

 

 

<방 랑>

      Wandering

                ㅡ크눌프를 생각하며ㅡ

 

슬퍼하지 말아요. 이내 밤이 됩니다.

밤이 되면 파아란 들 위에

싸늘한 달이 살며시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손 잡고 쉬어요.

 

슬퍼하자 말아요, 이내 때가 옵니다.

때가 오면 쉬어요, 우리들의 작은 십자가

밝은 길가에 둘이 서로 서 있을 거예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갈 것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Falling Leaves

 

내 앞에 낙엽 하나

바람에 날려 갑니다.

방랑과 청춘과 사랑도

때가 있고 끝이 있지요.

 

낙엽은 가는 길이 따로 없어

바람부는 대로 헤맵니다.

필경 숲속이나 늪속에 깃들겠지요

나의 방랑의 길은 어디일까요?

 

 

 

<나는 여인들을 사랑해요>

        I Love Women

 

나는 천 년전 시인들이

사랑하고 노래한 여인들을 사랑해요.

 

나는 허물어진 성터가 옛적에

왕족을 슬퍼하는 고을들을 사랑해요.

 

나는 오늘의 사람들이 이미 지상에서 사라져버릴 때

다시 일어날 고을들을 사랑해요.

 

나는 여인들을 사랑해요, 날씬하고 신비한

태어나지 않는 세월의 성 속에 쉬고 있는 여인들

 

그 여인들은 어느 때건 별처럼 파아란 아름다움이

내 꿈의 아름다움과 닮을 거예요.

 

 

<내 사랑>

     Love Song

 

내 고향은 어디에 있을까요?

내 고향은 조그마합니다.

이 곳에 있다가는 저 곳으로 옮아 가지요.

내 마음을 함께 안고 갑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주지요.

내 고향은 바로 당신입니다.

 

 

<엘리자베드>

       Elizabeth

 

높은 하늘의

흰 구름처럼

엘리자베드여, 그대는

순결하고 예쁘고 멀리 있읍니다.

 

구름은 흐르며 헤매는데

그대는 언제나 무정할 뿐.

하지만 깊고 어두운 밤중에

구름은 그대 꿈을 스쳐갑니다.

 

스쳐간 구름이 은처럼 빛나서

그 후론 언제까지나

하얀 구름에

그대는 달콤한 향수에 젖습니다.

 

 

<편 지>

       A Letter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옵니다.

보리수 거세게 술렁대며

달님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 속을 엿보고 있읍니다.

 

나를 버리고 떠나간

사랑하는 여인에게

긴 편지를 썼읍니다.

달님이 종이 위를 비쳐줍니다.

 

부드럽고 고요한 달빛이

글자 위를 스쳐갈 때

내 마음 울음으로 무너져

잠도, 달님도, 저녁 기도도 잊었읍니다.

 

 

*헷세(Herman Hesse, 1877-1962);독일의 시인,소설가.스위스로 귀화한 그는<데미안><싯달다>등 많은 소설을 남겼으며<유리알 유희>로 1946년 노벨문학상수상.현대 <독일의 양심>이며 동양적 신비에의 동경이 저류에 흐름.<페터 카멘진트><바퀴 밑에서><나르찌스와 골드문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