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법(詩法)>
Ars Poetica
시는 둥근 과일마냥
만져지고 묵묵해야 한다.
엄지에 닿는 낡은 메달마냥
소리 없고.
이끼 자란, 소매에 닳는
창시렁의 돌마냥 조용해야 한다.
시는 새들의 비상(飛翔)마냥
말이 없어야 한다.
시는 달이 떠오르듯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밤에 얽힌 나무로부터
가지를 하나하나 풀어놓듯이.
겨울 잎새 뒤에 있는 달이
마음에서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놓듯이ㅡ
시는 달이 떠오르듯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시는 사실이 아니라
그와 같아야 한다.
슬픔의 모든 내력으로는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를.
사랑의 경우
기울어진 풀잎과 바다 위에 뜬 두 불빛을ㅡ
시는 뜻할 것이 아니라
존재해야 한다.
*맥리이쉬(Archibald MacLeish, 1892-): 미국의 시인,하바드 ,예일대학 등을 졸업,변호사가 되었으나 엘리어트와 파운드의 영향을 받아 순수시를 쓰기 시작,<정복자>등으로 퓰리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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