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고귀한 사랑........오웬

바보처럼1 2007. 4. 23. 16:10

<고귀한 사랑>

      Great Love

 

붉은 입술도 전사한 영국군이

입맞춘 피묻은 돌 만큼은 붉지 못하다.

사랑하는 사이의 알뜰함도

그 순결한 사랑 앞에는 부끄럽구나.

오, 사랑아, 그대의 눈도

내 대신 멀어 버린 눈 앞에는 매력을 잃는다.

그대의 가냘픈 몸놀림도

칼로 도려낸 팔 다리 만큼은 여리게 떨지 못한다.

신도 무심한 그곳에

딩굴고 딩굴다가

마침내 그들의 열열한 사랑에

죽음의 마지막 안간힘 속에 경련하는 사지(四肢)

그대의 목소리가ㅡ

서까래 얹은 다락에서 새는 바람소리 같이 부드러워도ㅡ

그대의 귀여운 목소리도

애처러이 쿨럭이던 그들의 입을, 흙이 틀어 막은 지금

아무도 듣는 사람 없는 그들의 음성 만큼은

맑고 부드러운 저녁 하늘처럼 맑지는 못하다.

가슴도,그대의 가슴도 또한

총알에 뚫린 가슴만큼은 크고 벅차진 못했다

그리고 그대의 손이 희다해도

화염과 우박을 뚫고 그대의 십자가를 끌고 가는

그 모든 손 보다는 덜 흰것을

통곡하라, 그대 목놓아 울어라, 그래도 그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리라.

 

 

*오웬(wilfred Owen, 1893-1918):영국의 시인,1차대전 참전시 서순을 알게 되어 영향을 받음. 휴전 1주일전 아깝게 25살로 전사했음. 전쟁시인의 1인자로 정평이 있음. 서순이 편찬한 <시집>불런던이 엮은<시집>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