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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린] 언충신 행독경(言忠信 行篤敬)하고 [황 희] 강호에 봄이 드니 /대쵸 볼 불근 골에/ [김종서]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장백산(長白山)에 기를 꽂고 [성삼문] 이 몸이 주거 가서/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박팽년] 금생여수(金生麗水)라 한들 / 가마귀 눈비 맞아 [이개(李塏)] 방(房) 안에 혓는 燭(촉)불 [유응부] 간밤의 부던 바람에 [원 호] 간밤에 우던 여흘 [왕방연] 천만리(千萬里) 머나먼 길에 [성 종] 이시렴 보듸 갈다 [월산대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봉림대군-효종]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청강(靑江)에 비 듯는 [농암 이현보] 농암애 올아 보니/ 청고엽상(靑菰葉上)에 - 漁父歌 [김굉필(金宏弼)]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서경덕] 마음아 너는 어이 / 마음이 어린 후(後)이니 [황진이]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 산은 녜ㅅ 산이로되/ 내 언제 無信(무신)하여 / 어져 내 일이야/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이야/ 청산은 내뜻이요/ [기생 '구지'] 장송(長松)으로 배를 무어 [기생 매화] 매화 옛 등걸에 [기생 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천 금] 산촌에 밤이 되니 [계 랑] 이화우 흩뿌릴 제 [송 순] 곳이 진다 하고 / 십 년(十年)을 경영(經營)하여/ 풍상(風霜)이 섯거친 나레/ [주세붕] 지아비 밧갈 나간대 [성 운] 요순갓튼 님군을 뫼와 [조 식] 삼동(三冬)에 뵈옷 입고 /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이 황]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김인후] 엇그제 버힌 솔이 [김구(金絿)] 태산이 높다 하여도 [양사언] 태산(泰山)이 높다하되 [허 강] 뫼흔 노프나 놉고 [우계 성혼(成渾)] 말 업슨 청산(靑山)이요 / 전원(田園)에 봄이 오니 [정 철] 쓴 나물 데온 믈이/ 오늘도 다 새거다/ 이 몸 허러내어/ 소나기 한 줄기미 / 화작작(花灼灼) 범나ㅂㅢ 쌍쌍(雙雙)/ 한 잔(盞) 먹사이다 - 장진주사(將進酒辭)/ 재 너머 성권롱(成勸農) 집의 술/ [서 익] 녹초(綠草) 청강상(晴江上)에 [조 헌]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한 호] 짚 방석(方席) 내지 마라 [이순신] 십년 가온 칼이/ 한산셤 달 발근 밤의/ [임 제] 청초 우거진 골에 [이항복] 철령(鐵嶺) 노픈 峯(봉)에 [박인로] 왕상의 리어(鯉魚) 낙고/ 동기(同氣)로 세 몸되어/ 조홍시가(早紅枾歌) -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김상용] 오동에 듣는 빗발 [신 흠] 노래 삼긴 사람/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김덕령] 춘산에 불이 나니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윤선도] 월출산 높더니만, 조무요(朝霧謠 : 아침 안개를 노래함)/ 비오는데 들어가랴, 하우요(夏雨謠: 여름비를 노래함) 석양 넘은후에, 일모요(日模謠 : 날 저믄때의 노래) 바람분다 창문 닫아, 야심요(夜深謠: 깊은 밤의 노래)/ 환자타 산다하여, 기세탄(饑歲歎 : 흉년을 탄식함) [홍서봉] 이별하든 날애 [사설시조 11수] 창(窓) 내고쟈 창을 내고쟈/ 두터비 파리를 물고/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가마귀가 가마귀를 따라/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귀또리 져 귀또리/ 댁(宅)들에 동난지이 사오/ 님이 오마 하거늘/ 바람도 쉬여 넘는고개/ [이정신] 발가버슨 아해(兒孩)이/ [김수장] 갓나희들이 여러 층(層)이오레/ [작자미상] 사설시조-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작자미상] 천세(千歲)를 누리소서/ 나비야 청산 가자/ 바람 불으소서/ 백초(百草)를 다 심어도/ [송시열] 님이 혀오시메/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남구만]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이 시] 가마괴 디디는 곧에 [김삼현] 공명(功名)을 즐겨마라 [이정진] 매암이 맵다 울고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김천택] 강산(江山) 좋은 경(景)을/ 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잘 가노라 닷지 말며/ 전원(田園)에 나믄 흥(興)을/ 흰구름 푸른내는/ [이정보] 가마괴 져 가마괴/ 국화야, 너난 어이/ [김수장] 초암(草菴)이 적막(寂寞)한데/ 한식(寒食) 비 갠 후에/ [구지정] 쥐 찬 소로기들아 [박효관] 공산(空山)에 우난 접동,/ 뉘라셔 가마귀를/ 님 그린 상사몽(想思夢)이/ [정인보] 바릿밥 남 주시고
[성석린] 언충신 행독경(言忠信 行篤敬)하고 주색(酒色)을 삼가면 내 몸에 병이 업고 남 아니 우이나니 행(行)하고 여력(餘力)이 잇거든 학문(學文)을 됴ㅅ차하리라
<풀이>
하는 말이 충성스럽고 믿음성이 있으며 행실이 돈독하고 조심스러워서 술과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면 우선 내 몸에 병이 들지 않아 좋고 남을 미워하지 않아 좋으니, 이를 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힘써 글을 배우리라. 이 작품은 군자의 행할 바 언행과 교양의 지침서(指針書)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학문에 앞서 인격 수양을 강조하고 있다 작자 : 성석린(成石璘 ; 1338∼1423)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친구로서 태종 때 집현전(集賢殿)의 유명한 학자이며,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의 종증조(從曾祖) 출전 : 詩歌 朴氏本 종류 : 평시조 성격 : 교훈적 주제 : 군자의 언행과 인격 수양
[황 희] 강호에 봄이 드니 이 몸이 일이 많다 나는 그물 깁고 아희는 밭을 가니 뒷뫼에 엄기는 약(藥)을 언제 캐려 하느니.
주제 : 강호에서의 분주한 생활
[황 희] 대쵸 볼 불근 골에 밤은 어이 뜯드르며 벼 뷘 그르헤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닉쟈 체 쟝사 도라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풀이> 대추의 볼이 붉은 골짜기에 밤은 어이하여 떨어지며 벼를 베어 낸 그루터기에 게는 어이하여 기어 나와 다니는고 술이 익었는데 마침 체 팔러 다니는 장수가 오니, (체를 사서) 술을 걸리 먹지 않고 어이 하리.
<해설> 만추의 농촌 풍광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잘 드러난 작품이다. 농촌의 자연 속에 지내는 화자의 기쁨은 익어 가는 밤과 술처럼 맛이 우러나고 있다.
주제 : 늦가을 농촌의 풍요로운 정취 (자연 속에 지내는 즐거움)
[김종서]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듸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 집고 셔셔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거시 업세라
삭풍 : 겨울철 북에서 부는 바람 변성 : 변방의 성 조선시대 4군6진을 개척한 김종서 장군의 호방한 기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일장검을 짚고 서 거칠 것이 없이 탁 트인 기상을 노래했다.
주제 : 대장부의 기개
[김종서] 장백산(長白山)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겨 셕은 져 션비야, 우리 아니 사나희냐. 엇더타, 능연각(凌練閣) 상(上) 뉘 얼골을 그릴고.
장백산 : 태백산의 다른 이름 능연각 : 당 태종이 24 공신들의 얼굴을 그려 걸어 두게 했던 누각 장군다운 기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6진을 개척한 의욕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느낄 수 있다.
주제 : 호연지기(浩然之氣)
[성삼문] 이 몸이 주거 가서 무어시 될고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峯)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야 이셔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
봉래산(蓬萊山): 신이 산다고 하는 三神山(삼신산)의 하나. 삼신산: 영주산, 방장산, 봉래산(한라산 /지리산 /금강산) 백설(白雪): 진실을 외면하는 세력 만건곤(滿乾坤): 천지에 가득할 (세조의 세력이 등등할 제) 주제 : 홀로 지키는 절개
[성삼문]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것인들 긔 뉘 따헤 났나니.
이제 : 백이와 숙제 채미 :고사리를 캐어 먹음 푸새엣 것 : 절로 나는 풀 같은 것 세조의 왕위 찬탈을 보며 개탄한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의 절의가이다.
<풀이>
수양산을 바라보며, (남들은 지조 있다 하는) 백이와 숙제를 한탄하노라. 굶주려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캐어 먹어서야 되겠는가? 비록 산과 들에 절로나는 것들이라 하지만 그 누구 땅에 난 것인가? (절대로 나 같으면 고사리를 캐어 먹으며 살지 않겠다.)
주제 : 변함없는 절개
[박팽년] 금생여수(金生麗水)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옥출곤강(玉出崑崗)이라 한들 뫼마다 옥이 나랴, 아모리 여필종부1d들 님마다 좃츠랴 <육당본 청구영언>
<풀이>
여수에서 금이 많이 난다하나 모든 물에서 금이 나는 것은 아니고, 곤륜산에서 옥이 난다하나 모든 산에서 옥이 나는 것은 아니듯이, 여자가 지아비를 따른다 하나 모든 남자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해설>
금생여수 : 금은 중국 '여수'란 곳에서 많이 산출됨 옥출곤강 : 옥은 중국 '곤륜산'에서 많이남
주제 : 진정한 여필종부
[박팽년]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있으랴.
<해설>
-가마귀 : 간사한 신하 -희는 듯 검노매라 : 본질이 감추어지지 않고 드러남 -야광명월 : 작자 자신의 비유 -밤 : 세조의 왕위 찬탈
사육신의 한 분인 박팽년의 시조로 어린 단종을 위한 일편단심의 절의를 노래한 작품이다.
주제 : 임금을 향한 일편단심의 충정
[이개(李塏] 방(房) 안에 혓는 촉(燭)불 눌과 이별(離別) 하엿관데 것츠로 눈물 디고 속타는쥴 모로는고 뎌 촉(燭)불 날과 갓하야 속 타는쥴 모로노라.
<풀이>
방 안에 켜 놓은 촛불, 누구와 이별하였기에 겉으로 눈물 떨어지고 속이 타는 줄 모르는가 저 촛불 나와 같아서 속 타는 줄 모르는구나 <해설>
세조가 계유정란을 일으켜 왕위 찬탈 후 단종을 영월로 유배시킬 때 작자가 단종과 이별하고 남몰래 애태우는 심경을 노래 작자는 촛불을 의인화하고 이별의 슬픔 때문에 흘리는 눈물을 촛불이 타는 것에 이입하여 노래.
주제 : 단종과의 이별의 슬픔 홍촉루가(紅燭淚歌) : 붉은 촛불의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을 자신의 눈물에 빗대어 표현, 심지가 타들어가는 것을 자신의 마음이 애타는 것에 비유한 이개의 절의가(節義歌),
[유응부] 간밤의 부던 바람에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 다 핀 꽃이야 닐러 무엇 하리오.
<해설>
-눈서리 : 수양대군의 횡포(역사적 사실 : 계유정란 ) -낙락장송 : 조정의 충신들 -못다 핀 꽃 : 아직 정계에서 피어나지 못한 젊은 청년학사(정치인)의 비유 사육신의 한 사람인 유응부의 절의가다. 계유정란, 즉 단종 즉위 후 수양대군과 한명회 등이 조정의 중신들을 죽이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전후하여 많은 사람들이 수양대군의 횡포에 쓰러져 갔다. 어두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며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갈래 : 절의가 주제 : 수양대군의 계유정란 횡포 풍자
[원 호] 간밤에 우던 여흘 슬피 우러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우러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스리 흐르고져 나도 우러 녜니라.
<풀이>
간밤에 울며 흐르던 여울, 슬피 울어 흘렀는데, 이제야 생각해 보니 임이 울면서 물을 보냈구나. 저 물이 거슬러 흐르고져 하는데 나도 울면서 가니라.
<해설>
생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원호의 절의가이다. 어린 단종의 폐위를 지켜보며 가슴아파 하며 지은 시이다. 위국 충절의 충신답게 어지러운 시대를 통탄하는 슬픔이 잘 드러나 있다.
여흘 : 임과 나의 울음을 연결해 주는 소재로 화자의 감정이 이입되어 있다.
주제 : 단종의 폐위로 인한 슬픔
[왕방연] 천만리(千萬里)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 듸 없어 냇가의 안자이다. 져 물도 내 안 같도다 우러 밤길 녜놋다. 감상 : 작자가 금부도사의 공적 신분으로 단종을 유배지(강원도 영월)로 호송한 다음 돌아오는 길에 단종과 이별한 자신의 애통한 심정 (죄책감, 가련함)을 시냇물에 의탁(감정이입)하여 표현했다.
<풀이>
천만 리 먼 길에 고운 님(단종 임금)을 이별하고 (돌아오는)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도다. 저 물도 내 안(마음)과 같아야 울면서 밤길을 가는구나.
성격 : 절의가, 연군가. 주제 : 임금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
[성 종] 이시렴 보듸 갈다 아니가든 못할소냐 무단(無端)히 네 슬터냐 남의 말을 드럿는냐 그려도 하 아달고야 가는 뜻을 닐러라.
<풀이>
있으렴 하면 부디 가겠는가? 아니 가지는 못하는가? 무단히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애닯구나 가는 뜻을 말해다오.
주제 : 떠난 임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출전 : 해동가요
[월산대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감상 : 아무런 욕심이나 잡념없이 강호 자연 속에 살아가는 맑은 심성의 경지를 가득한 '달빛'에 비유한 대표적인 강호한정가이다. 각운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상 : 시각적 '빈 배' : 안분지족의 정신의 시각화
주제 : 강호한정 출전 : 청구영언
[봉림대군(훗날 효종)]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口)이 어드메오. 호풍(胡風)도 차도 찰샤 구즌비는무스 일고. 아므나 행색(行色) 그려 내여 님 계신 듸 드리고쟈.
청석령 : 평북 의주 근처의 고개, 초하구 : 의주 근처의 땅 호풍(胡風): 오랑캐 땅에서 부는 바람 중장: 설상가상(雪上加霜) 님: 부친 (인조임금)
감상 : 청에 볼모로 잡혀가는 봉림대군의 처량하고 슬픈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한편으로 임을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기도 하다. 주제 : 볼모로 잡혀가는 심정과 부친 생각
[효종대왕] 청강(靑江)에 비 듯는 긔 무어시 우읍관데 만산홍록(滿山紅綠)이 휘드러 웃는고나 두어라 춘풍이 몃날이리 우을대로 우어라
우읍관데 : 우습관대 만산홍록 : 온 산에 가득한 꽃과 풀
출전 : 청구영언
[농암 이현보] 농암애 올아 보니 노안(老眼)이 유명(猶明)이로다. 인사(人事)이 변한들 산천이야 가실가. 암전(巖前) 모수모구(某水某丘)이 어제 본 듯 하예라.
<풀이>
농암에 올라가 보니 늙은 눈이 오히려 밝아지는구나 사람의 일이 변한다 하지만, 산천은 변할 리가 있을까 바위 앞 물과 언덕이 어제 본 듯 선하구나.
<해설>
유명 : 오히려 밝아짐 암전 : 바위 앞 모수모구 : 아무개 물과 아무개 언덕
농암이라는 바위에 올라 보니 나이가 들었지만 오히려 밝아진다고 했다. 이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화자의 홀가분한 심리의 표출이다. 중장에서는 변화무쌍한 인간 세상과 자연의 불변이 대조가 되어 있다. 종장에서는 젊은 시절 보았던 바위 앞 물과 언덕이 선명하게 와 닿고 있다.
주제 : 치사 한정
[농암 이현보] 어부가(漁父歌) 청고엽상(靑菰葉上)에 냉풍기(冷風起)하니 홍삼화변(紅蓼花邊) 백경한 백로한(白鷺閑)이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동정호리(洞庭湖裏)에 가귀풍(駕歸風)하리라. 지국총 어사와( 於思臥)하니 범급전산(帆急前山) 홀후산(忽後山)이로다. 출전 : 농압집
[김굉필(金宏弼)]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 중(細雨 中)에 호미 메고 산전(山田)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牛羊)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다.
[서경덕]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느냐 내 늙을 적이면 넨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좇아 다니다가 남우일가 하노라
[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後)이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내 님 오리마난, 지난 닢 부난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풀이>
마음이 어리석은 뒤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첩첩 구름으로 싸인 산중에 어느 임이 올것인가마는 떨어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 임인가 하노라.
어리다 : 어리석다 주제 : 임을 그리워 하는 마음
떨어지는 낙엽 소리와 부른 바람 소리에 임이 혹시 왔는가 하고 뛰쳐 나가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임을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황진이]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해설>
기녀 시조의 확립 및 시조 문학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절창 중의 하나로 그리움과 기다림의 심정을 노래한 시조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홀로 지내는 여인의 안타까움과 외로움을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서리서리 : 새끼 따위를 서리어 놓은 것과 같은 모양 구뷔구뷔(굽이굽이) : 여러 굽이로 꾸불꾸불한 모양 어론님 : 정을 둔 임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심정을 시간에 대한 기발한 착상으로 표현한 점이 뛰어난 시적 효과를 얻고 있다.
홀로 있는 겨울밤의 막막한 긴 시간을 잘라내어 잘 보관해 두었다가 그리던 님과 지내게 될 봄밤의 짧은 시간에 이어 붙여 길게 만들고 싶다는 구절은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처럼 가시화 하면서 절실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서리서리'나 '구뷔구뷔'와 같은 의태어를 사용하여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황진이] 산은 녜ㅅ 산이로되 물은 녜ㅅ 물이 안이로다. 주야(晝夜)에 흘은이 녜ㅅ 물이 이실쏜야.(있을 수 있겠느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안이 오노매라. 산과 물의 대조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짚어 보고 있는 시조다. 산과 물 의 대조적 의미가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인걸'을 보편적 의미로 보면 이 작 품의 성격은 관조적이 지만, 정을 둔 임(서경덕)이라고 보면 돌아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애상적 심회가 성격을 결 정짓는다.
주제 : 인생무상
[황진이]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소겻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업네, 추풍(秋風)에 지는 닙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풀이>
내가 언제 님을 믿지 못해 님을 언제 속였기에, 달마저 잠들은 늦은 시간에 찾아온 뜻이 전혀 없네. 가을 바람에 지는 잎 소리라 난들 어찌 하리오.
<해설>
임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랑을 초장에서 밝히고, 중장에서 임이 찾아 주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했다. 그리고 종장에서는 임이 찾아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추풍에 지는 잎 소리에 의탁하여 노래했다. 이 시조는 이별의 한을 노래한 우리 나라의 대표적 시조의 하나이다.
성격 : 이별의 한 제재 : 추풍에 지는 잎 주제 : 이별의 한 출전 : 청구영언
[황진이]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던가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풀이>
아아 나의 일이여 그리워할 줄을 몰랐더냐 있으라 했더라면 가겠느냐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워 하는 정은 나도 모르겠구나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
[황진이]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가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청산리 벽계수 : 푸른 산 속을 흐르는 골짜기물 일도창해 : 한 번 넓은 바다에 이름 만공산 : 빈 산에 가득함
출전 : 청구영언 (청구영언에는 작자가 '허강'으로 되어 있음)
[황진이] 청산은 내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고
황진이(黃眞伊)
16세기 후반의 중종, 선조 때 살았던 이름난 기생. 기명은 명월(明月).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서 빼어난 한시와 시조를 여러 편 남겼다. 서경덕(徐敬德),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일컬어 왔다.
[기생 구지(求之)] 장송(長松)으로 배를 무어 대동강(大洞江)에 띄워 두고 류일지(柳一枝) 휘여다가 굿이굿이 매얏는듸 어듸셔 망령(亡伶)엣 거슨 소(沼)헤 들라 하는이
-류일지(柳一枝): 버드나무 한 가지 -망령(亡伶 ): 伶 : 노리개 령 -沼 : 연못 소
임을 사랑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가 매우 적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주제 : 임을 위한 사랑
[기생 매화]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퓌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퓔동말동 하여라.
<풀이> 매화 옛 등걸에 봄 계절이 돌아오니 예전에 피던 가지에 꽃이 핌직도 하다마는 봄 눈이 어지럽게 흩어지니 꽃이 필듯말듯 하여라.
등걸(←들궐) : 큰 줄기를 베고 난 다음 남은 나무의 밑동
[기생 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 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해설>
묏버들 : 임을 사모하는 마음의 정표 (사랑의 매개체) 님의손대 : 임에게 홍랑은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한 사람인 최경창(崔慶昌)과 깊이 사귀었는데, 북도평사(北道評事)로 와 있던 최경창이 서울로 돌아가게 되자 그를 배웅하고 돌아오던 길에, 그리는 마음을 시조로 달래고 버들가지와 함께 그에게 보내주었다 한다.
주제 : 임을 잊지 못하는 마음
[천 금] 산촌에 밤이 되니 먼곳의 개 짖어운다 사립을 열고 보니 하늘은 차고 달이 떠 있도다 저 개야 빈 산 잠든 달을 향해 짖어 무엇 하리요
천금(千錦) : 생몰 미상. 조선시대 기생.
한적한 산촌의 밤을 묘사한 서경성을 편의적 주제로 삼았으나 결국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정한이 그 주제이다. 직설이 아닌 우회로 시적 승화를 꾀한 작품이다. 먼 데 개가 짖는다는 것은 인기척이 있다는 말, 그러나 사립을 열고보니 빈 산에 달만이 떠 있다는 것이니 기다리는 마음과 허전함을 개 짖는 소리, 찬 하늘, 빈 산, 잠든 달을 통하여 나타내었다.
[계 랑]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풀이>
하얀 배꽃비가 눈보라처럼 흩날리던 어느 봄날에 옷소매 부여 잡고 울며 헤어진 님인데, 지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이 되었어도 한마디 소식이 없구려. 서울에 계시는 무정한 님이여. 그대도 나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부안과 서울, 천리밖에 멀리 떨어져서 몸은 못가고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니 애가 타는 구려! 꿈에만 볼 수 있는 그리운 님이여!
계랑(1513-1550)
성은 이씨, 본명은 향금, 자는 천향(天香), 호는 매창, 계생. 글자가 모두 꽃과 관계가 있어 기생임을 알 수 있다. 부안 명기였으며 황진이와 비견할 만한 여류 시인으로서, 여성다운 정서를 노래한 시편이 많으며 '매창집'이 있다. 시조 및 한시 70여수가 전한다
아전의 딸로 태어나 기생이 되었다. 매창(梅窓)은 전라도 부안에서 아전 이탕종의 딸로 태어났다. 계유년에 태어났으므로 계 생(癸生)이라고 불렀는데, 계생(桂生)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간단한 한문을 배웠는데, 워낙 재주가 뛰어나 곧 시(詩)를 지었다. 거문고도 잘 타고 노래도 잘 불렀다. 당연히 그느 화류계의 건달들보다 글 짓는 선비들과 가깝게 지냈다. 지봉 이수광은 그를 이렇게 기록하였다. 계량은 부안의 기생인데, 스스로 호를 매창이라고 하였다.
언젠가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 의 이름을 듣고는 시를 지어서 그를 유혹하였다. 계량이 그 시 에 차운(次韻:남의 운을 써 서 시를 지음) 하여 답했다.
떠돌며 밥 얻어먹는 법이라곤 평생 배우지 않고 매화나무 창가에 비치는 달 그림자만 나 홀로 사랑했다오. 고요히 살려는 나의 뜻을 그대는 알지 못하고 뜬 구름이라 손가락질하며 잘못 알고 있구나.
그랬더니 그 사람이 서운해서 가버렸 다. 계량은 평소에 거문고와 시를 즐겼으므로 죽을 때 에도 거문고를 함께 묻었다고 한다.
1974년 부안읍 상소산 기슭에 그녀의 시비가 세워졌다. 임진왜란때, 의병 지휘의 공으로 통정대부가 된 촌은 유희경과 정이 깊었는데, 그가 서울로 올라간 뒤 소식이 없으므로, 이 시조를 짓고 수절 하였다고 한다. (유희경은 선조 25년 임란 때 병을 모아서 관군을 도왔음. 광해 10년(1618) 이이첨이 폐모의 상소를 올리라 하자 거절, 절교 후 은거함 1623년 인조 반정 때 절의로써 표상)
의병을 이끌고 동분서주하는 님 유희경. 남장을 하고 그를 찾아 나섰다가 허탕을 치고 울며 돌아온 계량은 또 이렇게 읊었다.
기러기 산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님의 집 가는 길을 역력히 가르쳐 두고 밤중만 님생각 날제면 소식 전케 하리라
'비련의 여왕'의 환상이 얼핏 머리속을 스치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송 순] 곳이 진다 하고 새들아 슬허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곳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난 봄을 새와 므슴 하리오.
[송 순] 십 년(十年)을 경영(經營)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여 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淸風) 한 간 맛져 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경영(經營)하여 : 계획을 세워, 일을 하여(살아오면서) 초려삼간(草廬三間) : 초가삼간. 정극인 가사 상춘곡에서는 수간모옥(數間茅屋) 맛져 두고 : 맡겨 두고 작자가 말년에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인 전라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란 정자를 짓고 자연에 파묻혀 지낼 때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심정(주제)을 노래한 작품이다. 자연과의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고자 하는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주제 : 자연에의 귀의 의의 : 강호가도(江湖歌道)의 형성 특히 정극인, 손순, 정철이 모두 전라 출신이었으므로 '호남가단'이라함. 강호가도란 자연을 벗하며 살면서, 자연 속에 지내는 즐거움을 노래한 이가 많아 하나의 흐름(곧, 가도(歌道))을 형성했는데 이를 말함.
출전 : 청구영언
[송 순] 풍상(風霜)이 섯거친 나레 갓 피온 황국화(黃菊花)를 금분(金盆)에 가득 다마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곳이오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옥당 : 조선시대 홍문관(弘文館)의 별칭
<풀이>
서리와 바람이 섞어친 날에 막 피워 온 노란 국화를 좋은 화분에 가득 담아 (내가 일하고 있는) 홍문관에 보내오니 복숭아꽃과 오얏꽃아 너희들은 꽃이라고 마라, 임의 뜻을 알겠구나.
작가가 홍문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 임금(명종)께서 직접 국화를 키워 선물로 보내 오셨는데, 임의 그 뜻, 즉 고고한 절개를 지키는 삶이 필요하다는 뜻을 알고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일명 : 자상특사황국옥당가(自上特賜黃菊玉堂歌) 주제 : 고고한 절개를 지키는 삶의 가치
[주세붕] 지아비 밧갈 나간대 밥고리 이고가 반상(飯床}을 들오대 눈섭의 마초이다 진실노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가
<풀이>
남편이 밭 갈러 간 곳에 밥 담은 광주리를 이고 가서, 밥상을 들여 오되 (지아비의) 눈썹 높이까지 공손히 들어 바칩니다. (남편은) 진실로 고마우신 분이시니 (삼가고 조심해야 할) 손님을 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해설>
오륜을 제재로 한 시조 중 남편공경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는 예절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 시조는 오륜마다 한 수씩 지은 여섯 수로 된(서사/수)연시조 중 부부유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가장 친하고도 서로 고락을 같이하는 허물없는 사이인 부부간이지만 그럴수록 기본 예절을 철저히 지키려는 유교적 도덕관념이 잘 드러나 있다.
지아비 : 남편이. 받 갈나 : 밭을 갈려. 간 대 : 간 곳에. 밥고리 : 밥을 담는 고리짝을 반상(飯床) : 밥상 들오대 : 드는데 마초이다 : 맞호다. 맞춥니다. 친코도 : 친하고도. 고마오시니 : 고마우신 이가. →고마오+시+ㄴ+이 손[客] : 손님 다라실가 : 다 다. 다르실까
거안제미(擧案齊眉) : 중국 후한 때 양홍의 처 맹광(孟光)이란 여자가 남편 앞에 밥상을 들어도 눈썹 높이 까지 들어 남편을 지극히 공경했다는 고사가 담긴 말.
주세붕(周世鵬) : 조선 명종 때 학자. 호는 신제(愼齊). 최초의 서원 '백운동 서원' 설림. 경기체가 형식의 '도동곡, 염연곡, 육현가'등도 있음
[성 운] 요순갓튼 님군을 뫼와 성대(盛代)를 다시 보니 태고건곤에 일월이 광화이로다 우리도 수역춘대에 늙은 줄을 모로리라.
주제 : 태평성대를 누림 성운 : 호, 대곡
<풀이>
서리와 바람이 섞어친 날에 막 피워 온 노란 국화를 좋은 화분에 가득 담아 (내가 일하고 있는) 홍문관에 보내오니 복숭아꽃과 오얏꽃아 너희들은 꽃이라고 마라, 임의 뜻을 알겠구나.
감상 : 작가가 홍문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 임금(명종)께서 직접 국화를 키워 선물로 보내 오셨는데, 임의 그 뜻, 즉 고고한 절개를 지키는 삶이 필요하다는 뜻을 알고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일명 : 자상특사황국옥당가(自上特賜黃菊玉堂歌) 주제 : 고고한 절개를 지키는 삶의 가치
[남명 조식(曺植)]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듣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에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오, 나난 옌가 하노라.
<풀이> 지리산의 두 갈래 폭포를 예전에 듣고 이제 와서 직접 보니 복숭아꽃 뜬 맑은 물에 산 그림자조차 잠겨 있구나. 아희야, 무릉도원이 어딘고, 나는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하노라.
<해설>
두류산 : 지리산(智異山)의 딴 이름 주제 : 양단수의 아름다운 경치(그 속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 수차례에 걸친 관직에의 부름을 마다하고 지리산에서 사색, 연구에 몰두한 영남 문학의 거두 남명 조식의 작품이다.
[조 식] 삼동(三冬)에 뵈옷 입고 암혈(嚴血)에 눈비 맞자 구름 낀 볏뉘도 쐰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풀이>
한겨울에 베로 만든 옷을 입고 바위와 굴에 눈비 맞아 (산중에 은둔하고 있는데) 구름 낀 볕도 뙨 적이 없지만(유배당한 입장이므로 임금의 은총/나라의 봉금을 받은 적도 없지만) 서산에 해가 졌다는 소식(중종 임금의 승하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나는구나.
<해설>
삼동 : 겨울의 석 달 볏뉘 : 햇볕의 기운(곧, 임금의 은총) 베옷 : 포의 포의지사 : 베옷을 입고 있는 선비, 곧 벼슬 않고 지내는 사람
임금이 돌아가신 슬픔을 표현한 작품이다. 세상을 등진 후 은둔지에서 차가운 겨울을 나고 있는 화자가 국록을 받은 적은 없지만 중종 임금의 승하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제 : 임금의 승하를 애도함 출전 : 청구영언
[이 황]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난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그ㅊ지 아니난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김인후] 엇그제 버힌 솔이 나락장송(落落長松) 아니런가 적은 덧 두던들 동량재(棟梁材) 되려니 어즈버 명당(明堂)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바티랴
<풀이>
엊그제 잘린 소나무는 우뚝우뚝 솟은 가지가 축축 늘어진 큰 소나무가 아니었던가. 잠시 동안만 두었던들 큰 대들보감이 되었을 터인데. (아깝게도 베어 버렸구나) 아! 궁전이 기울면 어느 나무로 대들보를 삼아서 쓸 것인가? 이 시조에서의 묘사 인물이 된 임형수(林亭秀)는, 자(字)는 사수(士遂), 호(號)는 금호(錦湖)로 작자와는 두터운 교분이 있는 친구 사이였다.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죽은 친구가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만한 자질을 가진 인재였기 때문에 또한 그 죽음을 더욱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작자 : 김인후(金麟厚;1510∼1560) 본관 울산. 자 후지(厚之). 호 하서(河西), 담재(澹齋). 시호 문정(文正).
성균관에 들어가 이황(李滉)과 함께 학문을 닦았다. 1540년(중종 35) 별시문과(別試文科)에 급제, 정자(正字)에 등용되었다가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다. 뒤에 설서(說書), 부수찬(副修撰)을 거쳐 부모 봉양을 위해 옥과현령(玉果縣令)으로 나갔다.
1545년(인종 1) 을사사화(乙巳士禍)가 일어난 뒤에는 병을 이유로 고향인 장성에 돌아가 성리학 연구에 정진하였고, 누차 교리(校理)에 임명되나 취임하지 않았다.
성경(誠敬)의 실천을 학문의 목표로 하고, 이항(李恒)의 이기일물설(理氣一物說)에 반론하여, 이기(理氣)는 혼합(混合)해 있는 것 이라고 주장하였다. 천문, 지리, 의약, 산수, 율력(律曆)에도 정통하였다.
문묘(文廟)를 비롯하여 장성의 필암서원(筆巖書院), 남원의 노봉서원(露峯書院), 옥과(玉果)의 영귀서원(詠歸書院) 등에 배향되었다. 문집에 '하서전집', 저서에 '주역관상편(周易觀象篇)', '서명사천도 (西銘四天圖)', '백련초해(百聯抄解), 등이 있다. 출전 : 가곡원류 성격 : 애도시 제재 : 낙락장송 주제 : 임형수의 죽음을 애도함
[김구(金絿)] 태산이 높다 하여도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하해(河海) 깊다 하여도 따 우에 물이로다 아마도 높고 깊을 손 성은(聖恩)인가 하노라. 주제 : 임금의 은혜 예찬
[양사언] 태산(泰山)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주제 : 꾸준한 정진
[허 강] 뫼흔 노프나 놉고 믈은 기나 기다 놉흔 뫼 긴 믈에 갈 길도 그지 업다. 님 그려 저즌 소매는 어니 저긔 마를고
<해설>
높은 뫼 긴 물 때문에 임을 그리는 마음은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임을 그리워하며 눈물 닦아낸 젖은 소매가 마를 날이 없다.
주제 : 임을 그리워하는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
허강(許誾)
본관 양천(陽川). 자 사아(士牙). 호 강호처사(江湖處士).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벼슬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천성이 고결하였다. 1545년(명종 즉위) 을사사화 때 아버지가 이기(李)의 모함으로 홍원(洪原)에 귀양가서 죽자, 벼슬을 단념하고 40년 동안 유랑생활을 하면서 학문에 전념하였다.
전함사별제(典艦司別提)에 임명되었으나 거절, 아버지가 편찬한 '역대사감(歷代史鑑)' 30권을 완성하였다. 임진왜란 때 토산(兎山)에 피란 중에 죽었다. 저서로 '송호유고'가 있다.
[우계 성혼(成渾)] 말 업슨 청산(靑山)이요 태(態) 업슨 유수(流水)1d로다 갑 업슨 청풍(靑風)이요, 님자 업슨 명월(明月)이라. 이 중(中)에 병(病) 업슨 이 몸이 분별(分別) 업시 늙으리라.
초장 :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의 정신 갑업슨 : 값이 없는, 여기서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의 뜻 분별(分別) : 여기서는 '걱정, 근심'의 뜻 '~이 없다' :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긍정 : 없어야 할 것이 없을 때 2) 부정 :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나의 몸둘 곳을 바이 없었다.'
주제 :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려는 마음 출전 : '화원학보'
[우계 성혼] 전원(田園)에 봄이 오니 이 몸이 일이 하다 꽃 남근 위 옴김여 약(藥)밧츤 언제 갈리 아희야, 대 뷔여 오나라 삿갓 몬져 결을이라.
주제 : 전원에서의 분주한 생활
[정 철] 쓴 나물 데온 믈이 고기 도곤 맛이 이셰. 초실(草室) 좁은 줄이 긔 더욱 내 분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사람계워 하노라.
[정 철]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오 가쟈스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졈 매여 주마. 올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쟈스라.
주제 : 상부상조하는 농촌의 인정과 근로 출전 : 성주본 송강가사
[정 철] 이 몸 허러내어 낸물에 띄오고져 이 울이 울어네여 한강 여흘 되다하면 그제야 님 그린 내 병이 헐할 법도 잇나니
<풀이>
이 몸을 (산의 흙을 헐어내듯) 헐어 가지고 냇물에 띄워보내고 싶구나. 이 물이 소리내며 흘러가서 (님 계시는 서울의) 한강의 여울목이 된다면, 그제야 님을 그리워하는 나의 마음의 병이 조금쯤은 나을 수도 있으리라.
이 몸이 헐려 가지고 한강의 여울이 되어 어지러운 급류를 잘 수습하여 나라를 위한 티끌의 구실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바로 송강 자신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작자 : 정철 출전 : 송강가사 이선본 성격 : 연군가 제재 : 연군(戀君) 주제 : 연군의 정
[정 철] 소나기 한 줄기미 연잎에 솟드로개 물 묻은 흔적은 전혀 몰라 보리로다. 내 마음 저 같아야 덜믈 줄을 모르고져.
덜믈 : 물 묻을, 물들 자신의 깨끗한 마음을 노래. 소나기를 맞고도 물 묻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연잎처럼 자신의 마음도 더러운 것에 물들지 않음을 표현.
[정 철] 화작작(花灼灼) 범나ㅂㅢ 쌍쌍(雙雙) 유청청(柳靑靑) 꾀꼬리 쌍쌍 날 즘승 귈 즘승 다 쌍쌍 하다마는 엇디타 이 내몸은 혼자 쌍이 없나다.
<풀이> 꽃은 활짝피어 범나비가 짝을 지어 놀고, 버드나무는 푸른데 꾀꼬리도 쌍쌍이 노니네 날짐승과 길짐승 모두 쌍쌍이 지내는데 어찌하여 이 내몸은 혼자 짝이 없이 지내는고.
<해설>
출전 : 성주본 송강가사 주제 : 외로운 마음
봄을 맞아 꽃과 버드나무 가지가 활짝 피어오르고 모든 생물들은 쌍쌍이 즐기며 노니는데, 임 없이 혼자 지내는 화자는 대조적으로 외롭기 그지 없다.
[정 철] 사설시조 - 장진주사(將進酒辭) 한 잔(盞) 먹사이다 또 한잔 먹사이다.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사이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현대어 풀이> 술 한잔 먹세그려~ 꽃을 꺾어 셈하며 다함 없이 먹세그려 이 몸이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졸라 메어 가나, 좋은 상여에 만 사람이 울며 따라 가나, 억새와 속새와 떡갈나무와 백양 숲 속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에 회오리바람이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고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들이 휘파람을 불며 놀 때 가서야 뉘우친들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출전 : 청구영언 의의 : '순오지'(홍만종의 시화)에 이백(李白), 이하(李賀), 두보(杜甫)의 명시인 '장진주'와 시상이 같다고 평
[정 철] 재 너머 성권롱(成勸農) 집의 술 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롱 겨시냐 정좌수(鄭座首) 왓다 하여라.
성주본 송강가사에서
언치 : 안장 밑에 깔아 말의 등을 덮는 물건
재 너머 성권롱 집에 술이 익었다는 말을 듣고 흥겨움에 누워 있는 소를 발로 차서 성급히 달려가는 모습에서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서의 호탕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주제 : 호탕한 풍류
[서 익] 녹초(綠草) 청강상(晴江上)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때때로 머리 들어 북향(北向)하여 우는 뜻은 석양이 재 넘어 감에 님자 글여 우노라.
<풀이>
벼슬을 그만두고 자연에 묻혀 살고 있지만 때때로 머리를 들어 북쪽을 향해 우는 뜻은 저녁 태양이 재 넘어 떨어짐에 임금을 그리워 하여 우노라.
<해설>
녹초 청강상 : 푸른풀과 맑은강위, 곧 자연 굴레 벗은 말 : 벼슬을 버린 화자 자신
중종 임금의 승하를 애도한 서익의 작품이다. 군신유의의 정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주제 : 임금 승하를 애도
[조 헌]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 사공(沙工)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난고. 석양(夕陽)에 짝 일흔 갈며기난 오락가락 하노매.
[한 호] 짚 방석(方席) 내지 마라 낙엽(落葉)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주제 : 안빈낙도 출전 : 육당본 청구영언
[이순신] 십년 가온 칼이 갑리(匣裏)에 우노매라 관산(關山)을 바라보며 때때로 만져 보니 장부(丈夫)의 위국공훈(爲國功勳)을 어느 때에 드리올고
-갑리(匣裏) : 갑 속, 칼집 속 -관산 : 관문(關門) 쪽의 산 언제라도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겠다는 무인(武人)으로서의 굳은 결의가 잘 나타나 있다. 우국 충정과 기개라는 추상적인 내용이 구체화(심상)되어 잘 나타나 있다.
심상 초장 : 시각(예리한 칼의 모습), 청각(우는 칼) 중장 : 촉각(만져보는 칼)
주제 : 우국충정과 기개 출전 : 청구영언
[이순신] 한산셤 달 발근 밤의 수루(戍樓)에 혼자 안자 큰 칼 녀픠 차고 기픈 시름 하난젹의 어듸셔 일성호가(一聲胡茄)난 남의 애랄 긋나니
<풀이>
한산섬 밝은 달이 비치는 밤에 수자리 터 망루에 외로이 앉아 (망을 보면서)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근심에 잠겨 있을 즈음, 어디서 들려 오는 한 곡조의 날피리(풀피리) 소리가 남의 창자를 끊어 놓으려 하느냐? 한산섬은 작가가 임진왜란 때 왜군과 싸워 크게 이긴 남해(南海)에 있는 섬이다. 성웅이자 제독인 작가는 앞으로 다가올 국난(國難)을 걱정하며, 수루를 지키면서 지은 진중시(陣中詩)이다. 작자 : 이순신 출전 : 청구영언 종류 : 평시조 성격 : 우국시(憂國詩), 진중시, 호기가 제재 : 칼, 일성호가(一聲(胡茄) *가= 竹+加 가 옳은 한자임. 주제 : 우국충정(憂國衷情) 정서 : 기개
[임 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 홍안(紅顔)은 어디가고 백골(白骨)만 묻혔느냐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감상 : 평양 감사 부임길에 황진이 묘소를 둘러 보고 읊었던 시조 이다. 주제 : 죽은 임에 대한 그리움
[이항복] 철령(鐵嶺) 노픈 峯(봉)에 쉬여 넘는저 구룸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사마 띄어다가 님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본들 엇더리.
- 구름 : 귀양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이입한 소재. - 고신원루(孤臣寃淚): 외로운 신하의 괴로운 눈물 - 님 : 광해군을 가리킴
주제 : 임을 그리는 마음
[박인로] 왕상의 리어(鯉魚) 낙고 맹종의 죽순 것거 감든 말이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슬 닙고 일생에 양지성효(養志成孝)를 증자 같이 하리라.
- 리어(鯉魚) : 잉어 - 노래자 : 초나라의 현인으로, 중국의 24효자의 하나. 칠십에 어린애 옷을 입고 어린애 같은 장난을 하여 부모를 즐겁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벼슬하지는 않고 '노래자' 15편을 지었다.
[박인로] 동기(同氣)로 세 몸되어 한 몸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夕陽) 문외(門外)에 한숨겨워 하노라.
<풀이>
동기로 태어난 세 몸(형제)이 한 몸같이 가까이 지내다가 두 아우는 어디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가 날마다 석양 무렵 문밖에 나가 한숨겨워 하노라.
주제 : 혈육을 그리는 정
[박인로] 조홍시가(早紅枾歌)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이 아니라도 품엄 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기리 업슬세 글로 셜워하나이다.
<풀이>
소반 가운데 일찍 익은 감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지만 (소매에) 품고 가고 싶기도 하다마는 품어가서 드릴 때 반길 이가 없기에 그것으로 서러워하노라. <해설>
한음 이덕형이 충청, 전라, 경상, 강원도 도체찰사를 배수하고 경북 영천에 머물러 있을 때 노계 박인로에게 조홍시를 보냈는데, 이 때 노계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지은 시조이다.
반중...- 한음(漢陰) 이덕형으로부터 감을 대접받고 느낀 바 있어 중국의 회귤(懷橘)의 고사를 생각해서 지은 사친가(思親歌)이다. 이 작품은 '조홍시가(早紅枾歌)'라고 널리 알려진 노래다. 효를 주제로 한 작품이어서 '사친가'로 분류할 수 있다. 감을 보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고 서러워하는 작자의 모습에서 그의 충효로 일관된 진실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주제 :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심정
회귤 고사 : 오나라 때 육적이라는 사람이 6세 때, 원술의 집에 갔을 때, 자기에게 먹으라고 주는 귤을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려고 품었다. 하직 인사를 하고 갈 때 이를 떨어뜨려 들켰는데 이 일로 인해 그의 효성이 드러나게 되었던 일.
박인로(朴仁老, 1561 - 1642) : 호는 노계(蘆溪), 무하옹(無何翁). 무신. 39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수군만호에 이르렀으나 후에 벼슬을 사직하고 독서와 시작에 전념하였다. 안빈락도하는 도학사상과 충효사상, 자연 친화 사상등이 나타난 작품을 남겼다. 송강과 함께 가사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며, 가사 7편과 시조 72수가 '노계집'에 전한다. 박인로의 연시조 '조홍시가(早紅枾歌)' 4수 중에서(41세 때, 선조 1601년)
[김상용]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만은 내 시름 많으니 잎잎히 수성(愁聲)이라 이후야 잎 넓은 나무를 심을 줄이 있으랴
주제 : 수심(愁心)
[신 흠]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할샤 닐러 다 못닐러 불러나 푸돗던가 진실로 플릴거시면은 나도 불러 보리라.
<풀이>
노래를 처음으로 만든 이는 시름도 많기도 많았겠구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 노래를 불러 풀었단 말인가 진실로 이렇게 하여 풀릴 것이라면 나도 불러 보리라. <해설>
권력에 염증을 내고 자연으로 돌아와 생활하던 작자의 심중에 다 버리지 못한 속세에의 근심을 잊고자 연쇄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제 : 노래를 통한 시름 해소
[신 흠]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무쳐셰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이시리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시비 : 사립문 산중에서 자연과 벗하며 고독하게 지내는 즐거움이 잘 드러난 시조이다. 주제 : 한중진미(한가하게 지내는 가운데 느끼는 참 맛)
[김덕령] 춘산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은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임진왜란 때 의병이었던 작가가 왜군과 내통하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을 때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산에 붙은 불은 끌 수 있지만, 마음에 붙은 불은 끌 수가 없다고 하는 '대조'의 표현기법이 이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주제 : 자신의 억울한 심정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쟈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해설>
작가가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하다가 심양으로 잡혀가게 되었을 때 지은 노래다. 삼각산과 한강수는 곧, 조국의 모습인데, 정든 조국을 떠나 오지 못할 수도 있는 먼 이국 땅으로 가는 착잡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일신의 안일만을 생각하고 걱정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우국충정이 잘 드러나 있다.
[윤선도] 월출산 높더니만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는구나 두어라 해 퍼진 뒤면 안개 아니 걷히랴
전남 영암의 월출산의 광경을 보고 감탄하여 지은 시조로 '산중신곡'에 실려 전한다.
- 조무요(朝霧謠 : 아침 안개를 노래함)
[윤선도] 비오는데 들어가랴 사립문 닫고 소나 먹여라 장마가 계속하랴 쟁기와 연장이나 손질하여라 쉬다가 개는날 보아서 사래 긴 밭 갈아라.
심심은 하다만은 일없음은 장마때문이고 답답은 하다마는 한가함은 밤과같구나 아이야 일찍이 자다가 동트거든 일어나거라.
- 하우요(夏雨謠 : 여름비를 노래함)
[윤선도] 석양 넘은후에 산기(山氣)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우니 물색(物色)이 어둡는다 아이야 범무서운데 나다니지 말아라.
- 일모요(日模謠 : 날 저믄때의 노래)
[윤선도] 바람분다 창문 닫아라 밤들거다 불을 끄거라 벼개에 누워서 싫도록 쉬여보자 아이야 날이 밝아오거든 나의 잠을 깨워주라
- 야심요(夜深謠 : 깊은 밤의 노래)
[윤선도] 환자타 산다하여 그것을 그르다하니 백이숙제의 높은절개를 이런일로 알겠구나 어즈버 사람이야 나쁘랴 해의 운수 탓이로다.
환자(還子) : 빚으로 얻은 양식
- 기세탄(饑歲歎 : 흉년을 탄식함)
[홍서봉] 이별하든 날애 피눈물이 난지만지 압록강 나린 물이 프른 빗치 전혀 업내 배우희 헤여 센 사공이 처음 보다 하더라
<풀이>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떠나던 날 (하도 어수선하여) 눈물이 났는지 안 났는지는 잘 모르지만, 압록강에 흘러내리는 물도 푸른빛이란 전혀 없고 온통 핏빛이로구나! 배 위의 백발이 된 사공이 그런 슬픈 일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 이 시조는 병자호란을 겪은 뒤 소현세자, 봉림대군 등이 볼모로 심양으로 잡혀가는 처지에서 그 슬픈 민족적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작자 : 홍서봉(洪瑞鳳 ; 1572∼1645) 출전 : <병와가곡집> 종류 : 평시조 성격 : 비분가 제재 : 병자호란의 비극 주제 : 고국을 떠나는 슬픔과 의분 [사설시조 11수]
1. 창(窓) 내고쟈 창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 들장지 열장지 고무장지 세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쌍배목 외걸쇠를,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뚝딱 박아 이내 가슴 창 내고자. / 임 그려 하 답답할 제면 여닫어나 볼까 하노라. / <해설>
장지 : 방에 칸을 막아 끼운 미닫이. 미닫이와 비슷하나 문두가 높고 문지방이 낮게 된 문 고무장지 : 고무래 장지. 고무래 들창 셰살장지 : 가는 살의 장지. 들장지 : 들어 올려 매달게 된 장지 열장지 : 좌우로 열어 젖히게 된 장지 암돌쩌귀 : 문설주에 박는 구멍난 돌쩌귀 수돌쩌귀 : 문짝에 박는 돌쩌귀 배목걸새 : 문고리에 꿰는 쇠 쟝도리 : 장도리. 못을 박거나 뽑는 데 쓰는 도구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근심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을 꽉 막혀 있는 방으로 전제하고, 이러한 심정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가슴에 창을 다는 행위로 비유한 노래다. 전체적으로 해학적이며 열거법, 반복법, 과장법, 점층법 등을 사용했다.
구성 초장 : 답답한 마음 토로 중장 : 답답한 심정의 고조(高調) 종장 : 정의 표출 주제 : 마음 속에 쌓인 비애와 고통(성격 : 해학가)
2.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험 우희 치다라 안자, 건넌산(山)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骨)이 떠잇거날, 가슴이 금즉하여 풀덕 뛰어 내닷다가 두험 아래 쟛바지거고. 모쳐라 날낸 낼ㅅㅢ만졍 에헐질 번하괘라.
<풀이>
두꺼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올라 앉아, 건너산 바라보니 흰 송골매가 떠있거늘, 가슴이 섬찟해서 풀떡 뛰어 도망가다가 두엄아래 자빠졌구나. 다행이도 날샌 나였기에 망정이지 멍이 들 뻔 하였도다.
<해설>
에헐질 : 다쳐 멍들 두꺼비 : 서민과 권력자의 중간층-서민을 수탈하고 권력자 앞에서는 약한 관리 상징(혹은 양반) 파리 : 약한 서민(백성) 백송골(흰 송골매) : 막강한 원력을 가지고 있는 상층 지배층 상징 (혹은 외세) 주제 : 두터비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의 냉소 곧, 양반의 허장성세(虛張聲勢) 비판
조선 후기 실학사상과 평민 의식의 자각이 시조 문학에 영향을 끼치면서 적나라한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 세상을 풍자한 작품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이 시조는 그 대표적인 것이다.
사설시조가 대두되어 일반 민중들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17∼18세기는 양반들의 횡포가 극심했으며 민중의식이 또한 강하게 싹트기 시작하던 때이다. 따라서 일반 민중들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문학을 통해 형상화되기에 이르렀고, 그 형상화의 수법은 풍자(諷刺)였으며 대표적인 장르 형태가 사설시조였다.
이 작품은 그러한 성격이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두터비,파리,백송골'의 대응관계를 통해 당시 위정자들의 횡포와 위선적인 행동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두터비로 우유(寓喩)된 지방 관리가 부정 축재를 하고 서민들을 괴롭히면서, 중앙 관리에게 아부하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희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3.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 여물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져 잘 걷는 말과, 길쌈 잘하는 기생첩과, 술이 샘솟는 주전화, 양부로 낫는 검은 암소, 오오우 오오우 오오우 우후오오. / 평생 이 다섯 가지 둘 양이면 부러울 것이 없어라. /
주제 : 고달픈 삶의 애환
4. 가마귀가 가마귀를 따라 석양녘에 날아든다. 떠든다. / 임의 집 솔정자 뒤로 오르면 골각 나리며 길곡갈곡길곡 하는 중에 어늬 가마귀 수가마귀냐. / 그 중에 먼저 날아 앉았다가 나중에 날아가는 그 가마귄가. /
5.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쪼친 가토리 안과 / 大川(대천) 바다 한가온대 一千石(일천석) 시른 배에 노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빠지고 바람 부러 물결치고
안개 뒤섯계 자자진 날에 갈길은 천리만리 나믄듸, 사면(四面)이 거먹어덕 져뭇 천지적막 가치노을 떳는듸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가을하리오 /
<풀이>
나무도 바위도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심정과/ 큰 바다 한 가운데 일천석이나 실은 배에 노도 잃어 버리고 용총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어지고, 방향타도 빠져 달아나고, 바람불어 물결치고, 안개까지 뒤섞여 자욱한 날에,
갈 길은 천리 만리나 남아 있는데, 사면이 거뭇거뭇 저물어 천지가 적만하고, 사나운 파도까지 떴는데, 바다의 도적을 만난 도사공의 심정과/ 엊그제 임을 여읜 내 마음이야 어디다가 비교하리오./
<해설>
가토리 : 까투리 (암꿩) 안 : 안(內), 곧 심정 용총 : 돛줄 치 : 키 가치 노을 : 사나운 파도 도사공 : 뱃사공의 우두머리 가을하리오 : 비교하리오
임을 잃은 절박한 심정을 비교의 기법으로 잘 표현한 사설시조이다. 쫓기는 까투리(암꿩)의 심정도 절박하고, 위험에 빠진 도사공의 심정도 절박하지만, 임을 잃은 나의 마음보다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제 : 임을 잃은 처절한 심정 (성격 : 이별가)
6. 귀또리 져 귀또리 어여쁘다 저 귀또리 / 어인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소리 절절이 슬픈 소리 저 혼자 울어예어 사창에 여윈 잠을 살뜨리도 깨우는구나. /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 리는 저 뿐인가 하노라. /
<풀이> 귀뚜라미 저 귀뚜라미 어여쁘다 저 귀뚜라미 어찌된 귀뚜라미 지는 달, 새는 밤에 긴소리 마디마디 슬픈소리, 저 혼자 울고 가니, 사창가에 깊이 들지 않은 잠을 야무지게 깨우는구나 두어라, 제가 비록 미물이지만, 아무도 없는 방에 내 뜻 (임을 그리는 심정)을 알 이는 저 뿐인가 하노라.
<해설>
살뜨리도 : '야무지게'의 뜻 (알뜰살뜰의 살뜰인 듯) 무인동방 : 아무도 없는 침실 주제 : 가을밤 임을 그리는 여심 (성격 : 연모가) 출전 : 병와가곡집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애절하게 드러나 있다. 감정이입의 수법을 사용하여 사물(귀뚜라미)에 화자의 감정이 투영되어 나타나 있다.
7. 댁(宅)들에 동난지이 사오. 져 쟝사야, 네 황후 긔 무서시라 웨는다, 사쟈. / 외골내육(外骨內肉) 양목(兩目)이 상천(上天), 전행(前行), 후행(後行), 소(小) 아리 팔족(八足) 大(대) 아리 이족(二足), 청장(淸醬) 아스슥하는 동난지이 사오. / 쟝스야, 하 거북이 웨지말고 게젓이라 하렴은.
<풀이>
"댁들이여, 동난젓 사시오." "저 장수야, 네 소리 그 무엇이라고 웨치는가, 사자꾸나." "밖은 뼈, 안은 고기, 두 눈은 하늘로 향해있고,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작은 다리 여덟 개, 큰 발 두 개, 푸른 장맛이 아스슥하는 동난젓 사오." "장수야, 그리 거북하게(어렵게) 말하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므나."
<해설>
동난지이 : 방게젓( ← 동난젓) 황후 : 팔기 위해 내 놓은 잡다한 물건 외골내육 : 밖은 뼈, 안은 고기, 곧 '게'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 小아리 : 작은 다리 ('아리'는 '다리'의 옛말) 청장 : 진하지 않은 간장. 아스슥 : 게를 씹을 때 나는 소리(의성어)
게 장수와의 대화 및 상거래를 보여 주고 있는 이 작품은 솔직한 서민적 감정이 드러나 있는 대표작이다. '게젓'이라는 쉬운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골내육' 등 어려운 한자를 섞어 쓰는 데 대한 빈정거림도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주제 : 양반의 허세 비판(성격 : 해학가) 출전 : 청구영언
8. 님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을 일지어 먹고 중문(中門) 나서 대문(大門) 나가 / 지방(地方) 우희 치다라 안자 이수(以手)로 가액(加額)하고 오는가 가는가. 건넌 산(山) 바라보니 거머읫들 셔 잇거날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겻비 님비 곰비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워렁충장 건너가셔 정(情)엣말 하려하고 겻눈을 흘겨보니 상년(上年) 칠월 사흔날 갈까 벅긴 주추리 삼대 살드리도 날 소겨다. / 모쳐라 밤일시만졍 행여 낫이런들 남 우일 번 하괘라.
<풀이> 초장 : 님이 온다 하거늘 저녁밤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을 지나서, 대문 밖에 나가 중장 : 문지방 위에 치달아 앉아서 손을 가지고 이마에 대고 임이 오는가 가는가.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거뭇하게 서 있거늘, 바로 저것이 임이로다. 버선을 벗어 품에 품고 신을 벗어 손에 쥐고 천방지축으로 황급하게 달려가서 그동안 품고 있는 감정을 말하려고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지난해 칠월 사흘날 갉아 벗긴 삼(麻)의 대가 어째 그리 날을 속였구나. 종장 : 아이구, 밤이지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을 웃길 번 했겠구나.
주제 :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
이수 : 손으로써 가액 : 이마에 가까이 댐 (멀리 쳐다보는 모습) 겻비 님비 곰비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워렁충장 : 매우 황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형용 상년 : 지난 해
9. 바람도 쉬여 넘는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고개 산진(山眞)이 수진(水眞)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여 넘는고봉(孤峰) 장성령 고개 그 넘어 님이 왓다하면 나는아니 한 번도 쉬여 넘으리라.
주제 : 임을 그리는 마음 출전 : 육당본 청구영언
10.[이정신] 발가버슨 아해(兒孩)이 들리 거미쥴 테를 들고 개천(川)으로 왕래(往來)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져리 가면 죽나니라. 이리 오면 사나니라. 부로나니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世上) 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풀이>
발가벗은 아이들이 거미줄로 만든 테를 들고 개천으로 왔다갔다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느니라, 이리오면 사느니라" 부르는 것이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러한가(약육강식의 세태) 하노라.
어조 : 세태 풍자와 비판의 점잖은 목소리 표현 : 초장과 중장은 상징적 표현 동어 반복 주제 : 각박한 세태 인심(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태 풍자)
11. [김수장] 갓나희들이 여러 층(層)이오레. 송골(松骨)매도 갓고 줄에 안즌 져비도 갓고 백화원리(百花園裡)에 두루미도 갓고 녹수파란(綠水波瀾)에 비오리도 갓고 땅에 앉은 퍽 안즌 쇼로개(솔개)도 갓고 석은 등걸에 부헝이도 갓데. 그려도 다 각각 님의 사랑인이 개일색(皆一色)인가 하노라.
<해설>
비오리 : 오리과에 속하는 물새 개일색 : 모두가 뛰어난 미인 우리 문학의 임은 대개 부재(不在)하는 임이다. 그러나 이 사설시조의 임(개일색)은 현실 속의 임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뭇 여인들이다. 따라서 조선 전기의 현모양처(賢母良妻)의 틀에 박힌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조선 후기의 임에 대한 '새로운 애정관'을 엿볼 수 있다.
표현 : 중장에서 '비유'를 통한 시각적 심상 주제 : 자기 임의 사랑을 받는 뭇 여인들
[작자 미상] 사설시조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요 개갓치 얄ㅁㅢ오랴. 뮈온 님 오며는 꼬리를 홰홰치며 뛰락 나리 뛰락 반겨서 내닷고, 고온 님 오며는 뒷발을 버동버동 므르락 나으락 캉캉 즈져서 도라가게 한다. 쉰밥이 그릇그릇 난들 너 머길 줄이 이시랴.
<해설>
임을 기다리는 심정이 일상어로 소박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못해 개에게 그 미움이 전가되고 있다. 오시는 임을 개가 막는 일은 없지마는 짖는 개 때문에 임이 돌아가 오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
주제 : 임을 기다리는 마음
<사설시조의 해학성>
해학(諧謔)은 주관적 골계(滑稽)를 대표하는 웃기기이다. 해학은 본래 자연성, 선천성, 기질성을 본질로 한다. 유머가 본래 생리학상 용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유머의 본질을 시사하고 있다.
사설시조에 나타난 해학성은 우리 민족의 자연스럽고 선천적인 웃음이다. 그 웃음은 남을 비꼬거나 야유하는 풍자가 아니고 남과 함께 웃고 즐기는 웃음의 세계다.
위트는 남을 보고 웃지만, 유머는 남과 함께 웃을 때 우리는 친근감을 갖는다. 유머는 다정하고 온화(溫和)하며 마음을 너그럽게 달래 주고 관대하고 동정적이다. 해학이 부드럽고 너그러운 웃음이 되기 위해서는 위트처럼 날카로운 웃음이 되어서는 안 되고, 풍자(諷刺)처럼 뼈가 들어 있는 웃음이어서도 안 된다. 너그러운 웃음을 연출하는 해학적 사설시조가 고시조에 허다하다.
[작자미상] 천 세(千歲)를 누리소서, 만 세(萬歲)를 누리소서. 무쇠 기둥에 꽃 피어 열음 열어 따들이도록 누리소서. 그 밖에, 억만 세(億萬歲) 외에 또 만 세를 누리소서.
주제 :임의 만수무강 축원
[작자미상]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주제 : 삶의 자연스러운 융화
[작자미상] 바람 불으소서, 비 올 바람 불으소서. 가랑비 그치고 굵은 비 들으소서. 한길이 바다이 되어 님 못 가게 하소서.
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정든 임이 떠나지 못하게 되길 기원하고 있다. 누군들 사랑한 이를 쉽게 보낼 수 있겠는가. 그만큼 이별의 상황 앞에서 절실한 심정으로 상대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주제 :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임의 사랑
[작자 미상] 백초(百草)를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을 것이 젓대 울고 살대 가고 그리는 이 붓대로다. 이후에 울고 가고 그리는 대 심을 줄이 있으랴
<해설>
임에 대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으로 노래한 시조이다. 온갖 풀을 다 심어도 대나무를 심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젓대는 울고, 화살대는 날아가 버리고, 붓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마치 남녀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이별, 그리고 그리워 하는 인간사의 모습과 대응이 된다. 이 작품은 대나무의 용도와 특성을 인간사에 대응시켜 놓고 있는 착상이 매우 기발하다.
자연물의 특성과 용도
젓대(피리) : 울다 - 연주하다 -> (울음) 울다 살대(화살대) : (날아)가다 -> (나와 이별하고) 가다 붓대(붓의 대) : (그림)그리다. -> (임을) 그리워 하다. 주제 :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
[송시열] 님이 혀오시메 나는 전혀 밋어더니 날 사랑하든 정을 뉘손데 옴기신고 처음에 뮈시든 거시면 이대도록 셜우랴.
출전 : 육당본 '청구영언'
[송시열]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나도 절로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옛말에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가르침처럼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삶에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의 본성을 자연에서 찾는 성리학이나, 무위자연을 추구한 도가의 사상과도 관련있다. (퇴계 이황의 시조라 고도 한다.)
주제 : 자연에의 순응 출전 : 청구영언, 청구풍아
[남구만]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상기 : 아직
아침 햇살이 동창에 밝았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이를 나무라는 투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건강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이시며, 의원이 병(病) 고치면 북망산(北邙山)이 저러하랴. 아희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이 시] 가마괴 디디는 곧에 백로(白鷺)야 가디 말아 희고 흰 긷헤 검은 때 무칠셰라 딘실로 거믄 때 무티면 씨을 길히 업사리라. *(李시 # : 시 = 艸+時)
[김삼현] 공명(功名)을 즐겨마라 영욕(榮辱)이 반(半)이로다. 부귀(富貴)를 탐(貪)치 마라 위기(危機)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一身)이 한가(閑暇)커니 두려운 일 업세라.
<풀이>
공명을 즐거워 마라(쫒지 마라) 영화와 치욕됨이 반반이로구나. 부귀를 탐하지 마라 위기를 밟게 되느니라. 우리는 한 몸이 한가하니 결코 두려운 일(욕됨, 위기)이 없어라.
<해설>
중인층을 기반으로 한 위항(委巷) 시인인 김삼현의 작품이다. 부귀와 공명에 욕심없이 지내는 마음의 편안함을 노래했다.
성격 : 자연친화적, 세속일에 초연함 주제 : 자연 속에 한가히 사는 즐거움
[이정진]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산채(山菜)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뭇쳐시니 맵고 쓴 줄 몰래라.
<해설>
매암이 : 매미 산채 : 산나물 박주 : 맛이 좋지 않은 술
세상은 모두 헐뜻고 싸우고 불만을 표출하지만, 화자(우리는) 초야에 묻혀 세상의 혼란함을 모르고 사는 삶의 참맛을 노래한 시조이다.
주제 : 초야에 묻혀 사는 즐거움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구나 두어라 알 이 있을 것이니 흙인 듯이 있거라
<풀이>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 언젠가는 알 사람이 있고 햇볕 볼 날이 있을 것이니, 구태여 나서려 할 것이 무엇이랴. 흙 속에 묻혔어도 옥은 옥인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 오늘에 있어서 자중이나 자애나 자숙은 필요하고, 너무 설치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실이니, 자기 수양의 타산 지석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윤두서(1668-?)
자는 효언, 호는 공재. 종애. 고산 윤선도의 증손으로 서화에 능하였다. 그의 시조는 이 한 수 밖에 전하지 않는다.
[김천택] 강산(江山) 좋은 경(景)을 힘센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分)으로 어이하여 얻을쏘니 진실(眞實)로 금(禁)할 이 없을세 나도 두고 논이노라.
<해설>
강산의 좋은 경치를 만약 힘으로 겨루어서 이긴 이가 차지한다면 시적 화자 자신의 힘과 분수로는 도저히 얻지 못할 것이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로 자연은 주인이 없기에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법이므로 화자 자신도 자연을 두고 노닌다고 했다.
주제 : 자연을 마음껏 사랑하는 생활.
[김천택] 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 명구승지(名區勝地)를 어디어디 보았는다. 날다려 자세히 일러든 너와 게 가 놀리라.
<해설>
명구승지 : 이름난 곳과 경치 좋은 곳 갈매기에게 명구승지를 물어 보고 있는 작자는 자연과 화합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주제 : 자연 친화
[김천택] 잘 가노라 닷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브데 긋지 말고 촌음(寸陰)을 앗겻슬아 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안이 간만 못한이라.
<풀이>
잘 간다고 달리지 말며 못 간다고 쉬지 마라 부디 그치지 말고 시간을 아껴쓰라. 가다가 중지를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주제 : 꾸준한 학문에의 정진
[김천택] 전원(田園)에 나믄 흥(興)을 전나귀에 모두 싣고 게산(溪山) 니근 길로 흥치며 도라와셔 아해 금서(琴書)를 다스려라 나믄 해를 보내리라.
전나귀 : 발 저는 나귀 (많이 돌아 다녀 나귀가 다리를 절 정도임) 흥치며 : 흥겨워하며 금서 : 가야금과 책
자연 속을 거닐며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과 마음의 여유있는 삶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주제 : 전원 생활의 풍류
[김천택(金天澤)] 흰구름 푸른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丹楓), 꽃도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여 뫼 빛을 꾸며 내도다.
[이정보] 가마괴 져 가마괴 네 어드로좃차 온다 소양전(昭陽殿) 날빗츨 네 혼자 띄엿신이 살람은 너만 못한 줄을 홀노 슬허 하노라.
육당본 해동가요에서
[이정보]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풀이>
국화야, 너는 어이하여 삼월 봄 바람 다 지내고 낙엽 떨어지는 차가운 하늘에 네 홀로 피었는가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오상고절 : 서리에 굴하지 않고 고고히 절개를 지킴.
[김수장] 한식(寒食) 비 갠 후에 국화 움이 반가왜라 곳도 보련이와 일일신(日日新) 더 죠홰라. 풍상이 섯것칠 제 군자절(君子絶)을 픠온다.
보련이와 : 보려니와 일일신 : 날로 날로 새로워짐 군자절 : 군자의 절개
[김수장] 초암(草菴)이 적막(寂蓼)한데 벗 업시 혼자 안자 평조(平調) 한 닙에 백운(白雲)이 절로 존다. 언의 뉘 이 죠흔 뜻을 알 리 잇다 하리오.
닙ㅎ(葉) : 속악음계의 한 명칭 좋은 뜻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즐거운 마음
주제 :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
[구지정] 쥐 찬 소로기들아 배부르다 자랑 마라 청강 여윈 학이 주리다 부를소냐 내몸이 한가하야마는 살 못 진들 어떠리
<풀이>
더러운 쥐 한 마리를 채어 가지고 배가 부르다고 자랑하지 마라. 맑은 강가에서 노니는 신선같은 학이 배가 고픈들 너를 부러워할 줄 아느냐. 청강에서 조용히 노니는 내 몸은 한가롭기만 하다. 살이 못 찐다고 해서 염려될 것이 무엇이랴?
<해설>
쥐 찬: 쥐를 잡아 찬. 혹은 쥐를 챈 소로기: 솔개 주리다: 굶주린다고. 배가 고프다고 해서 부를소냐: 부러워할소냐? 부러워할 것 같으냐? 한가하야마는: 한가하니 만큼
탐욕에 젖은 속물들과 청빈 속에 도를 즐기는 선비를 동물들에 비유하여 중의적으로 표현한 시조이다. 즉, '소로기'는 전자를, '여윈 학'은 후자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없으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쥐 찬 솔개', 배는 부르겠지만 더럽다. 고고한 학두루미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그것을 부러워할 성 싶으냐?
부귀영화는 뜬구름이고 내 마음은 언제나 맑고 즐겁기만 한데, 살좀 못 찐다고 해서, 부귀영화를 못 누린다고 해서 마음 괴로울 것은 하나도 없다. 사람은 역시 마음가짐에 따라서 신이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는 영적 존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구지정-조선 숙종때에 목사를 지낸 사람.
[박효관] 공산(空山)에 우난 접동, 너난 어이 우짖난다. 너도 날과 같이 무음 이별하였나냐 아모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하더냐.
<풀이>
공산에 우는 접동새, 너는 어이 울고 있느냐 너도 나와 같이 무슨 이별을 하였길래 아무리 피나게 운들 누군들 대답이나 하더냐?
주제 : 임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
[박효관]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까마귀의 반포의 효를 인간은 본받아야 한다고 노래한 시조이다.
주제 : 효심
[박효관] 님 그린 상사몽(想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해설>
실솔 : 귀뚜라미의 한자말
화자는 임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상사병까지 들게 될 정도처럼 느껴진다. 임을 생각하다가 지쳐 잠이 들고, 그 꿈에 귀뚜라미의 넋이 되어서 '나'를 잊고 편안 잠을 자고 있는 임의 방에 들어 임을 깨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것은 임을 그리워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주제 : 임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
[정인보]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 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연시조 '자모사' 중 한 수 보공 : 빈곳을 채우는 물건(관의 빈 곳을 메우는 물건)
<풀이>
바리의 따신 밥은 자식 주시고, 당신께서 잡수시는 것은 찬 밥이며 두둑히 자식들 옷을 다 해 입히시고, 당신께서는 겨울에도 엷은 옷을 솜치마 그리 좋다시며 아끼시다가 결국 보공이 되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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