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갑의 新匠人탐구]"전통모시 세계명품으로 키울 것” | ||
'민모시'대표 민영경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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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부터 우리 전통모시의 소중함에 눈을 뜬 그는 그동안 전통모시가 지닌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 현대적 개념의 원단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 민모시는 동남아 상류층 사이에서 루이뷔통·프라다에 버금가는 고급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2001년 10월 파리 팔라로열 궁전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여기자이자 패션계 대모인 수지 맨키스가 “민영경의 모시는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씨는 20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토속 모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직조(織造)방법을 개발하고자 전력을 쏟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민모시의 특징은 잠자리 날개처럼 원단의 질감이 가벼우면서도 디자인의 섬세함이 돋보인다는 점. 그의 모시제품들은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모시의 장점을 살린 대신 명주를 섞어 구김이 덜 가도록 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문양을 사용, 우아한 느낌을 주는 데다 자연염색이 곁들여져 은은한 아름다움까지 풍긴다.
재미교포 2세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어바인)에서 비즈니스학을 전공한 그가 모시에 처음 관심을 보인 것은 1997년.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당시 그곳에 불어닥친 환난(IMF) 여파로 새로운 사업을 찾게 됐다.
“한평생을 걸 수 있는 사업이 뭔가를 생각했어요. 의류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소 패션을 좋아하던 터라 우선 친환경적인 식물섬유 쪽으로 눈을 돌렸죠.”
이후 각종 섬유류에 관해 연구하던 그는 중국 모시가 세계화된 반면 한국 모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한국 모시가 인토네시아 풍토에 맞을지가 걱정돼 처음엔 동남아시아 각국의 모시를 가져다 시험재배해 봤다. 결국 만족할 만한 품질을 얻지 못한 그는 1999년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 모시의 본고장인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모시 재배단지를 둘러봤어요. 국내에서 직접 모시를 재배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값비싼 인건비 등 조건이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현지에 한산모시를 가져다 심어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 한산모시와 ‘궁합’이 맞는 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승용차와 비행기를 이용, 전국 5곳을 돌았지만 번번이 허사였다. 그러던 중 포기 일보 직전에 발견한 곳이 자카르타 부근 산자락의 시험재배 농장. 이곳에서 그는 모시 재배에서 직조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우리의 전통방법대로 실천했다. 우리나라 한산지방의 할머니 장인들을 모셔다가 현지 부녀자들을 상대로 훈련시키기도 했다.
무수한 실험을 거듭한 결과 마음에 드는 천이 나왔고, 명주와 모시의 적정 혼방률도 알아냈다. 염색에 필요한 천연염료도 직접 만들었다. 현재 이곳 공장의 직원수는 제사(製絲)부문 100명, 직조부문 200명 등 모두 300명에 이를 정도가 됐다.
“2001년 자카르타 하이야트호텔에서 첫 완제품 발표회를 가졌어요. 톱 디자이너, 고관대작의 부인들, 연예인 등 많은 인사들이 참가했는데 큰 호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아, 성공했구나’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는 섬유산업의 전망과 관련, 독일 등 선진국에선 식물섬유와 자연염색 등을 활용한 친환경산업이 국가적 프로젝트로 선정될 만큼 21세기에 각광받는 분야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모시산업은 ‘우물안 개구리’식에 머무른 채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까지 일부 대학의 의상디자인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해왔다는 그는 앞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섬유산업체험장을 마련, 장인의식을 배양하는 공간으로 삼을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여론독자부 기자/sksong@segye.com
2004.07.20 (화) 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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