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려란 일반적으로 동양의 전통적 음악구조를 음양이론으로 상징화한 개념을 말한다. 하지만 종교적으로는 ‘태초의 떨림’, ‘우주의 파동’, ‘우주 운행의 규칙’ 등 보다 깊은 의미로 해석돼 왔다. 율려는 특히 시인 김지하씨가 생명운동을 펴면서 모토로 내세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그는 율려를 우리 문화의 본질로 규정, 1999년 ‘율려학회’를 만들었다. 우주의 중심음인 율려를 탐구해 이를 대중화하고 문화운동으로 펼쳐 나간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다시 말하자면 김씨가 율려를 말과 글로써 드러내고자 한다면 이씨는 이를 행동으로 연출해 보이는 것을 각각 자신의 몫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3일 만나본 이씨는 “1999년 부산에서 김지하 선생님의 강의를 접한 뒤부터 율려를 알게 됐고 춤꾼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율려춤이야말로 우리의 얼과 혼이 깃든 진정한 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율려춤의 특징에 대해 “마음·정신·몸의 삼합(三合)을 통해 우주의 원리·순리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는 점”이라며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갖게 하기 때문에 치유의 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맨처음 율려춤을 국내 무대에 선보인 것은 2001년 3월 서울의 국립국악원 무대. ‘공간 창조를 위한 풀이’를 주제로 내세운 이 공연에서 그의 춤은 전문가들에게서 “무심(無心)에서 추는 춤”, “동양의 향기가 맡아지는 도(道)와 풍류의 춤” 등으로 평가받았다. 또 율려학회 회원들에게서는 “율려도 춤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의 공연을 계기로 다른 장르 전문인들조차 율려를 응용해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 정도가 됐다. 이후로도 그는 매년 한차례 정기공연을 통해 율려춤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표현해 보이고자 노력해 왔다. “저의 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춤을 어떻게 그처럼 쉽게 출 수 있느냐’는 거였어요.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춤을 추니까 관객들도 본심으로 감동하고 영혼의 교류가 이뤄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부터 춤에 소질이 있어 부산여대(현 신라여대) 무용과에 진학,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무형문화재 92호인 김진홍 선생에게서 태평무를 이수한 이래 김진홍전통춤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울산과 부산 등지에서 17년간 무용학원을 운영하며, 신라대·동부산대 등의 무용과 강사로 출강했다. 현재 민족미학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여성향토문화연구회 이사로 있다. 춤을 통해 율려운동을 편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이를 위해선 부(富)·명예 등과 타협하면 안되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춤을 관람한 관객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볼 때 모든 어려움이 눈녹듯 녹아내린다고 했다. 그는 오는 7∼8일 이틀간 경기도 남양주시가 마련한 세계야외공연축제에 초대받아 무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오는 22일에는 서울 양화대교 인근 선유도공원에서 여성향토문화연구회 주최 ‘칠월칠석제’를 통해 율려춤의 전모를 공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평소 ‘춤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는 이씨는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한편 인성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론독자부 기자/sksong@segye.com |
2004.08.03 (화)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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