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순간이다 그 순간을 이겨낸 자만이 슬픔을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다 나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생을 버텨왔다 그러나 멀리서 새벽 종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어머니가 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하신다 엉덩이 밑에서 건져올린 슬픔을 한 올 한 올 뜨고 계신다
-이재훈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문학동네)에서 |
2005.10.14 (금)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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