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마루

바보처럼1 2007. 8. 5. 13:02
 
[시의 뜨락] 마루

이별은 순간이다

그 순간을 이겨낸 자만이

슬픔을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다

나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생을 버텨왔다 그러나

멀리서 새벽 종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어머니가 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하신다

엉덩이 밑에서 건져올린 슬픔을

한 올 한 올 뜨고 계신다

-이재훈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문학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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