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들었다 서로의 가슴을 파고드는 천진한 동작 속에서 털실 꾸러미 모양으로 잠들었다 우리의 고른 숨결로 달빛을 불러 젖빛 막에 싸인 물 속에 우리가 놀고 있는 거기에서 또는 그대의 바느질 상자 속에서 우리는 바늘과 골무와 실가위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포근하고, 달무리지고, 비 내리는 꿈 꾸는 우리들의 방 그 잠 속에서
―박경원 시집 ‘아직은 나도 모른다’(창비)에서 |
2005.10.28 (금) 20:17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