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노래

바보처럼1 2007. 8. 5. 13:04
[시의 뜨락]노래

우리는 잠들었다

서로의 가슴을 파고드는 천진한 동작 속에서

털실 꾸러미 모양으로

잠들었다

우리의 고른 숨결로 달빛을 불러

젖빛 막에 싸인 물 속에

우리가 놀고 있는

거기에서

또는 그대의 바느질 상자 속에서

우리는 바늘과 골무와 실가위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포근하고, 달무리지고, 비 내리는 꿈 꾸는

우리들의 방

그 잠 속에서

―박경원 시집 ‘아직은 나도 모른다’(창비)에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바집 그 여자  (0) 2007.08.05
캄보디아 저녁  (0) 2007.08.05
달이 걸어오는 밤  (0) 2007.08.05
마루  (0) 2007.08.05
노래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