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캄보디아 저녁

바보처럼1 2007. 8. 5. 13:05
[시의 뜨락]캄보디아 저녁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으로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마종기, ‘현대문학’ 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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