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살랑살랑 줄과 부들 흔들길래 비가 오나 보려고 창문을 여니 호수에 휘영청 달빛이 가득하다. 사공도 물새도 꿈나라로 들어가고 물고기는 여우처럼 깜짝 놀라 달아난다. 사람도 만물도 죽은 듯이 고요한 밤 나 혼자 그림자를 데리고 논다. 어둠 속의 파도는 언덕을 치며 지렁이를 매달아놓은 소리를 내고 지는 달은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 허공에 매달린 거미를 바라본다. 짧디짧은 이내 인생 우환의 연속일 뿐 좋은 시간 이와 같이 삽시간에 사라진다. 닭 울고 종 울리니 온갖 새들 흩어지고 뱃머리선 북을 치며 또 서로를 불러댄다.
소동파, ‘여산 진면목‘(솔출판사 세계시인선 22·류종목 옮김)에서 |
2005.11.18 (금) 1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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