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종 호
버려진 아버지의 구두는 쓸쓸하다. 길 위에서 살을 허물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 허당을 밟고 후미진 골목에서 하늘을 향해 몸을 뒤집고 모로 누워 가슴에 쓸쓸히 눈을 담는 한 짝의 낡은 구두 삶이란 뒤축의 힘으로 일어서서 뒤축의 힘으로 무너진다. 뒤뚱거리는 어수룩한 나의 뒷모습에서 또 하나의 슬픈 아버지를 본다. 거친 돌부리에 채이면서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방랑의 길 상처투성이의 검정 구두 한 켤레에 담긴 굳은살의 추억과 아픔들 뒤축의 힘으로 일어섰다 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유전(遺傳) 나는 버려진 구두처럼 울고 있다.
-신종호 첫 시집 ‘사람의 바다’(천년의시작 펴냄)에서 ▲1964년 여주 출생 ▲1997년 ‘현대시’로 등단 ▲월간 ‘Booksetong’ 편집장 |
2006.04.07 (금) 17:19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천의 반딧불.........허만하 (0) | 2007.08.05 |
---|---|
나는 빨래예요 7........김추인 (0) | 2007.08.05 |
하늘길.........오세영 (0) | 2007.08.05 |
미니멀리즘의 후예 (0) | 2007.08.05 |
개기월식.......안현미 (0) | 2007.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