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버려진 구두.....신 종호

바보처럼1 2007. 8. 5. 13:24
[시의 뜨락]버려진 구두
버려진 구두

신 종 호

버려진 아버지의 구두는 쓸쓸하다.

길 위에서 살을 허물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 허당을 밟고

후미진 골목에서 하늘을 향해

몸을 뒤집고 모로 누워 가슴에

쓸쓸히 눈을 담는 한 짝의 낡은 구두

삶이란 뒤축의 힘으로 일어서서

뒤축의 힘으로 무너진다.

뒤뚱거리는 어수룩한 나의 뒷모습에서

또 하나의 슬픈 아버지를 본다.

거친 돌부리에 채이면서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방랑의 길

상처투성이의 검정 구두 한 켤레에

담긴 굳은살의 추억과 아픔들

뒤축의 힘으로 일어섰다 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유전(遺傳)

나는 버려진 구두처럼 울고 있다.

-신종호 첫 시집 ‘사람의 바다’(천년의시작 펴냄)에서

▲1964년 여주 출생

▲1997년 ‘현대시’로 등단

▲월간 ‘Booksetong’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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