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허기

바보처럼1 2007. 8. 5. 13:34
[시의 뜨락]허기
내 몸속으로 들어온 고래

오장육부를 휘돌다 배불뚝이 복어 되어

바다로 빠져나간 뒤

나는 자꾸 휘청휘청

지구가 어지럽다

바다 위 쪽배가 가만 있을 수 없듯

시간이 흐를수록 뒤틀리는 내장

내장은 나보다 먼저 쓰라림을 알린다

이마엔 식은땀이 맺힌다

눈밭 파헤쳐 마른풀을 뜯다 죽어간

양의 위 속에는 돌멩이만 가득 있었다는

몽골에서 들은 이야기처럼

내 위 속에는 지금

바닷물이 차고 있다

고래를 위해

―신작시집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창비)에서

▲1951년 경남 양산 출생

▲2001년 ‘시평’에 ‘기관구를 엿보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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