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택 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신작시집 ‘목련 전차’(창비 펴냄)에서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
2006.06.02 (금) 2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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