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단풍나무 빤스.........손택수

바보처럼1 2007. 8. 5. 13:35
[時의 뜨락]단풍나무 빤스
단풍나무 빤스

손 택 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신작시집 ‘목련 전차’(창비 펴냄)에서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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