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뜨락] 목백일홍 피는 자리 | ||
박 라 연
명옥헌, 배롱나무 군락지에는
그의 속내를 환하게 비춰내 생(生)의 악취를
경계하게 해주는
타인을 품을수록 꽉 찬 육체가 되는
이슬호수가 있어
장수할수록 서로 눈부실까
몇 섬의 이슬이 고이면 나무들은 꽃이 필까
이슬의 집을 꿈꾸다 고개를 들었을 때
두 개 이상의 쇠기둥을 의족 삼은 오장육부의 반 이상이 시멘트로 봉합된
배롱나무 오누이들
십자가에 못 박힌 형상인데도
호수 가득 제 심장을
분홍으로 펄떡이게 하고 있다
저렇게 아픈 자리가 피워낸 호수였구나!
성자가 아니면서
성자처럼 아프면서 꽃 피워내는 자리
그 자리에만 새겨야 할 밀서가 있다는 듯
한없이 부리를 찧고 있는
호반 새 한 마리
―신작시집 ‘우주 돌아가셨다’(랜덤하우스중앙)에서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등
2006.06.23 (금) 2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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