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목백일홍 피는 자리.......박라연

바보처럼1 2007. 8. 5. 13:37
[시의 뜨락] 목백일홍 피는 자리
목백일홍 피는 자리

박 라 연

명옥헌, 배롱나무 군락지에는

그의 속내를 환하게 비춰내 생(生)의 악취를

경계하게 해주는

타인을 품을수록 꽉 찬 육체가 되는

이슬호수가 있어

장수할수록 서로 눈부실까

몇 섬의 이슬이 고이면 나무들은 꽃이 필까

이슬의 집을 꿈꾸다 고개를 들었을 때

두 개 이상의 쇠기둥을 의족 삼은 오장육부의 반 이상이 시멘트로 봉합된

배롱나무 오누이들

십자가에 못 박힌 형상인데도

호수 가득 제 심장을

분홍으로 펄떡이게 하고 있다

저렇게 아픈 자리가 피워낸 호수였구나!

성자가 아니면서

성자처럼 아프면서 꽃 피워내는 자리

그 자리에만 새겨야 할 밀서가 있다는 듯

한없이 부리를 찧고 있는

호반 새 한 마리

―신작시집 ‘우주 돌아가셨다’(랜덤하우스중앙)에서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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