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名人◀ (12) 茶禮 달인 이귀례씨
(인천=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다례(茶禮)를 배운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잊고 살았던 생활예절을 일깨워 줍니다"이귀례(75.여)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은 어린이 '생활예절 전도사'들이 최소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어린이 생활예절 전도사들은 이 이사장으로부터 차문화를 배운 어린이들을 말한다. 이 이사장이 10여년간 도서지역과 사회복지시설, 각급 학교를 누빈 결과다.
'차문화는 생활예절이다'라는 게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인 그의 믿음이다. 차를 만들어 마시는 예법을 익히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예절을 지키게 된다는 얘기다.
"어린이들은 아직 습관이 완성되지 않은 원석이기 때문에 차문화를 빨리 익히고 이를 통해 일반 생활예절까지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일본 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형식 위주의 다도(茶道)와는 달리 차 문화가 실생활 속에 녹아들도록 하는데 전력투구했다.
실생활에서 차 문화가 일반화된다면 생활예절 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그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과거 사대부가의 여인들이 이웃과 친지를 초청해 다회(茶會)를 베풀던 문화를 계승한 `규방다례'를 복원해 보급하는데 주력했다.
그가 차문화 보급운동에 뛰어든 것은 40여년전이다.
이후 차 문화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하루에 마시는 차는 30여잔. 올해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러간 그는 산소 앞에 술잔 대신 찻잔을 놓았다.
여행 중에도 다기를 들고 다닌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도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로 차의 향기를 우려낸다.
이 이사장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다툼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차 한잔 같이 하자"고 권한다.
"차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지요. 동작 하나하나에 예법을 담고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면 울컥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차분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차는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뇨작용에도 좋고 피부도 맑게 합니다. 저는 한 평생 차로 건강을 유지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차를 마시다 보면 감각이 살아나고 감성이 발달한다고 여긴다. 잠자는 오감을 꿈틀거리게 해 사물에 대한 주의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차 한잔을 마시다 보면 귀로 물 끊는 소리를, 찻잔을 쥔 손으로는 따스한 촉감을, 눈으로는 색깔을, 코로는 향기를, 혀로는 맛을 느끼게 되지요"
그는 근.현대 격동기 속에 가느다란 명맥만을 유지해왔던 차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를 자처해 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차문화가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나고 커피 문화가 한국의 차문화를 대표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차문화 보급에 뛰어들었다.
그는 1979년 한국차문화협회의 전신인 한국차인회(1979년)를 지인들과 함께 조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차문화 보급 운동을 전개했다. 1981년에는 '차의 날'(매년 5월25일) 제정위원을 지내며 차의 날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다.
1991년에는 한국차문화협회 설립을 주도했으며 1999년에는 이 협회의 회장을 맡아 차문화 보급을 지휘하기도 했다.
한국 차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로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독일, 미국, 인도, 중국, 스리랑카 등에서 차문화 교류 행사를 벌여왔고 2001년에는 한국 방문의 해 명예홍보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여름 대만에서 열린 세계차박람회에서 한국의 차문화가 세계 속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한 그는 한국관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차를 만들고 따르고 마시는 예법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예절까지 시연했더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더군요."
국내외에 차문화를 보급한 공로와 해박한 지식으로 그는 2002년 인천시무형문화재 제11호 규방다례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지난 2002년 그가 내놓은 책 '한국의 차문화'를 통해 수십년간 차문화를 공들여 세워온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희수(喜壽)의 나이에 지칠법도 한데 차문화를 더욱 널리 보급하려는 그의 열의는 식을 줄 모른다.
"차문화를 익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계속 열어주고 싶습니다. 한국차문화협회를 통해 차문화 강좌도 늘리고 대학교에서도 차문화 관련 강의가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6/10/08 20: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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