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취재기자 방담

바보처럼1 2008. 7. 8. 08:21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1사1촌’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정착”
7부. 취재기자 방담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

문화일보 ‘1사1촌운동’ 특별취재팀이 12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본사 7층 회의실에서 박학용(오른쪽 세번째) 경제산업부장 주재로 4년간의 운동 성과와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경제산업부 서의동차장, 음성원·박수진기자, 박학용부장, 이제교·이관범기자.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지난 2004년부터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펼치고 있는 ‘1사1촌운동’이 5년차를 맞이하며 민간주도의 최장기(最長期)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에 걸쳐 연재된 ‘1사1촌으로 FTA 넘는다’특별기획도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사1촌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문화일보 특별취재팀이 12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본사 7층 회의실에서 박학용 경제산업부장(부국장대우)의 주재로 취재기자 방담을 하고 4년간의 성과와 과제 등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화일보의 ‘1사1촌 운동’ 특별기획이 5년째를 맞았습니다. 이 운동이 한국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한 모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민간주도의 최장기 캠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운동이 5년째를 맞으면서 ‘1사1촌운동’이 국내의 웬만한 대기업들은 물론 벤처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서도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한국법인의 리처드 제임스 상무가 지난해 12월 김장을 담그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벽안(碧眼)의 제임스 상무는 마치 작품을 만들듯 배추 잎 한장 한장을 버무리는데 몰입한 뒤 ‘평생 잊을 수 없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글과컴퓨터의 백종진 사장은 종종 결연마을에서 옥수수를 자루째 사 부모님께 드리곤 하는데 질좋은 옥수수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운동참여 기업 직원들사이에서 ‘정말로 의미깊은 경험’이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자발적 참여도가 크게 높아진 점도 특징입니다. LG전자의 경우 1사1촌 자원봉사자 모집을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불과 1시간이내에 마감될 정도니까요.”

―2007년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기획에서는 농업·농촌 전문가들이 마을진단에 직접 나서기도 해 농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죠.

“현재 청와대 농수산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민승규 당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결연마을인 강원 홍천군 월운리를 다녀왔는데 민 연구원이 마을대표에게 ‘기업을 어떻게 감동시킬지 고민하라’고 말한 대목이 인상깊습니다. 민 연구위원은 회사창립기념일에 총무과에 생일떡 보내기, 현대차 구입, 대표이사에게 편지쓰기 등을 제안했고 지금도 실천이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을리더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거나 불화가 생기면 운동이 성공할 수 없으니까요. 기업으로서도 확실한 카운터파트가 있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런 점에서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1사1촌운동의 또다른 성과는 이 운동이 수해(水害), 설해(雪害)등 각종 재앙을 당할 때마다 국가적인 구호시스템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는 어땠나요.

“태안 기름유출사고 직후 1사1촌 결연기업들에게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사고가 난지 이틀째였는데, 이들은 이미 마을의 피해여부는 물론 마을인근 지역까지 현황파악이 완전히 끝나있더군요.

마을이장과의 ‘핫라인(Hot―Line)’을 통해 ‘긴급 구호시스템’이 작동한 셈이죠. 1사1촌운동이 지금보다 더 탄탄하고 짜임새있게 전개된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지금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복원력이 생길 것입니다.”

―이번 기획시리즈에서는 탤런트, 배우, 가수 등 대중 문화인들이 1사1촌 운동에 대거 동참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함께 1사1촌 결연마을을 방문했던 탤런트 이다해씨는 논에 들어가 직접 피를 뽑고 시종 상냥하고 싹싹하게 주민들을 대해 ‘어디 저런 며느리 없냐’는 반응이 나오는 등 인기만점이었습니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은 지난해 7월 LG전자의 결연마을인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에서 일손돕기 작업을 했는데 일을 마친 뒤 ‘기회가 되면 10대, 20대 팬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하더군요. 신한은행의 결연마을에 동행했던 영화배우 안성기씨는 ‘국민배우’답게 시종 겸손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 마을주민들로부터 ‘유명인같지 않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을 여성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기도 했는데 일일이 사인을 해주기도 했지요. KTF의 ‘쇼(SHOW)’모델인 서단비는 광고에서의 ‘엉뚱녀’ 이미지와 달리 따뜻한 마음씀씀이에 마을주민들이 대견해 하기도 했습니다.”

―1사1촌운동이 중국은 물론, 일본, 캄보디아 등에도 수출되는 등 이 운동의 한류(韓流) 열풍도 기대됩니다.

“중국은 농업·농촌·농민 등 ‘3농(農)문제’ 가 최대 현안의 하나입니다. 도농격차 확대로 농민들이 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불만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기업들도 ‘현지화’과정에서 사회공헌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삼성이 전개하고 있는 ‘1심1촌 운동’은 중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농촌문제 해결은 물론 사회공헌 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최초로 1사1촌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즈오카(靜岡)현의 실험은 이제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NHK의 교육채널이 1사1촌 운동을 소재로 토론회까지 방영할 정도이고 교토(京都), 효고(兵庫) 등 여타 지역에서도 시즈오카현을 찾아 운동경험을 전수받는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의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신한크메르은행은 현지의 초빌리지라는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맺었습니다. 신한은행은 새 지점을 개설할 때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쌀’을 나눠주는 관행이 있는데 신한크메르은행 설립준비 과정에서 신상훈 행장이 직접 1사1촌 운동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신한은행 노조는 노조대로 초빌리지 돕기 모금운동을 벌여 1사1촌운동이 노사화합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1사1촌운동 특별기획과 함께 소개된 스타농민에 대한 반향도 뜨거웠지요.

“문화일보는 농업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 농민들을 발굴해 지금까지 80여명에 달하는 스타농민을 소개해왔는데, 지난해 9월 ‘스타농민’ 코너에 천년초 재배농가 사례가 소개됐을 때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폭주, 경제산업부 업무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우연히 만난 스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관절염 병을 고친 김 사장의 경험담이 뜨거운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스타농민 취재 과정에서 외국산 농산물에 맞서 유기농이나 전통식 등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는 농가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 농업에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사1촌운동이 성공한 운동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미흡하거나 개선돼야 할 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농촌을 돕겠다는 생각보다 ‘교류를 하면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운동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예상보다 더 큰 소득을 얻는 것 같습니다. 기업은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교류에 나서고 마을주민들도 기업의 경영 마인드가 전수되면서 시너지효과를 얻게되는 것이죠. 그러나 아직은 농한기에 마땅한 교류프로그램을 찾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등 교류활동이 풍부하지는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1사1촌운동의 각별한 인연이 알려지면서 새 정부 들어 1사1촌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5년 11월 서울지역 기업과 제주도 마을 32쌍의 1사1촌 결연을 주선한 것을 비롯해 충남·전남지역과 서울기업들과의 결연도 성공시키는 등 1사1촌운동에 적극 동참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에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산물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는 도시와 농촌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1사1촌운동이 더욱 필요하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1사1촌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이 됐으니 1사1촌운동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초대 농수산식품부장관으로 취임한 정운천 장관은 1사1촌운동 시리즈 ‘스타농민’출신이었기에 관심을 모았습니다. 정 장관은 키위 시장 개방에 맞서 국내 1호 농민주식회사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출범시킨 한국 농업인 최고경영자(CEO)의 선구자로 지난 2004년 9월3일자 10번째 스타농민으로 문화일보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1사1촌 운동의 성공요인과 함께 앞으로의 보완점을 정리해봅시다.

“1사1촌 운동이 관주도의 ‘새마을 운동’과는 달리 최장기 민간운동으로 성공적인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기업·단체의 CEO들의 참여와 관심이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의 농촌사랑기(記)’, ‘나의 농촌희망가’ 등을 통해 CEO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던 점도 적지않은 유인이 된 것 같습니다. 또 1사1촌운동이 일방적인 농촌 지원운동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윈-윈(Win-Win)운동’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의 도농교류 외에 농촌을 교육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1교(校)1촌(村)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필요성에 비해 그동안 다소 미진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와 더불어 최장기 민간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1사1촌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교과서에 수록해 청소년들이 한국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남은 과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리=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