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농민-4>위탁 농사꾼 윤용균씨(서울 식당 직거래...한해 순소득만 1억

바보처럼1 2010. 3. 30. 15:44

<스타농민-4>
위탁 농사꾼 윤용균씨
서울 식당 직거래...한해 순소득만 1억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최근 삼성전자의 ‘기업도시’로 관심을 끌고 있는 충남 아산 탕정면 용두리에 살고 있는 윤용균(60)씨는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5만평의 논 가운데 3만5000평이 외지인 소유주로부터 빌린 것이다. 대규모 위탁 농사꾼인 셈이다.

“기업도시 개발지로 알려지면서 인근 논 한평 값이 100만원을 넘지만 대부분 외지인 소유여서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어요. 지금도 빌려주겠다는 논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윤씨는 지난해 이렇게 마련한 논에서 쌀로만 1억7000만원 매출에 순소득만 1억원 가까이 올렸다. ‘연봉 1억원’의 잘나가는 기업 임원이 부럽지 않은 실적이다. 지난 88년 경북 의성에서 노동일과 장사를 하다 빚만 떠안고 가족과 함께 탕정으로 옮긴지 꼭 15년 만이다. 윤씨는 이후 도시로 떠나는 이웃들의 논과 외지인 소유의 논이 생기면 무조건 달려가 임차계약을 했다. 거리를 따지지 않고 논을 찾다보니 현재 농사짓는 논이 인근 음봉·인주·도고·영인면 등 9개면에 산재해 있다.

이런 윤씨가 ‘돈이 되는 농사’의 길로 접어든 것은 지난 2000년 쌀을 직접 도정해 서울 식당가에 팔면서부터다.

“한해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봤자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고 갈수록 수매물량이 줄어 걱정이었어요. 그러다가 이윤을 조금 더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직거래’였습니다.”

윤씨는 대구에서 직장일을 하던 큰아들 종선(38)씨를 불러들여 도정기계를 구입했고, 직접 쌀을 찧어 서울주변 식당가에 무료 ‘샘플 쌀’을 돌렸다.

“처음에는 ‘피 같은’ 5~10kg 짜리 쌀을 공짜로 돌리는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맛이 좋으면 찾아달라고 연락처를 남기기는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몰랐거든요.”

그렇게 2~3개월이 지나자 드디어 쌀주문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가격이 시중에 비해 싸고 밥맛도 좋았던데다, 직접 배달까지 해주는 판매전략이 소비자들의 구미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서울 일대 식당가에 퍼져나갔고, 지금은 쌀이 떨어질 시기까지 짐작해 미리 배달하는 단골식당이 10여개나 확보됐다.

윤씨는 “한해 1000가마를 수확하면 80%를 직거래로 판매할 정도로 직거래 비중이 커졌다”며 “이제는 위탁영농이라도 ‘마케팅’만 잘하면 도시근로자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차봉현기자 bhcha@




기사 게재 일자 2004-07-05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