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이육사 http://264.or.kr/264_sub_frame_1.htm
<청 포 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1939.8) 수록
계절적인 감상에다 민족 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조국의 광복과 그 날의 환희를 오만스러운 자세로 노래하고있다.
*주제는; 새 세계에의 동경과 기다림.
*"은쟁반" "모시 수건"은 민족으 전통적 정서.
*3연은 의인법
*청포: 푸른 포도.
<절 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갈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켜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문장(1940.1) 수록
일제 치하의 민족 현실의 극한상황을 노래했다.
*1연: 유랑 생활.
2연: 극한 상황
3연: 절망감
4연: 절망 속에서의 희망
*계절: 시대.
*겨울: 슬픈 현실 속의 조국.
*무지개: 희망
<광 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듣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 시집(1946) 수록
태고의 모습 그대로인 광야에서서 잃어버린 조국을 불러 보며, 절세의 민족적 대시인ㅇ르 기다리는 상징적 수법의 시이다.
*1연: 광야의 원시성
2연: 광야의 광막성.
3연: 광야의 태동과개척
4연: 조국의 현실적 상황
5연: 조국의 미래상
*주제는 새 세계의 동경
*光陰: 세월
*강물: 문명의 상징
*매화 향기: 조국의 광복의 기운
*어디: 부정을 나타내는 話式부사
<일 식>
쟁반에 먹물을 담아 비쳐 본 어린 날
불개는 그만 하나밖에 없는 내 날을 먹었다.
날과 땅이 한 줄 위에 돈다는 그 순간만이라도
차라리 헛말이기를 밤마다 정녕 빌어도 보았다.
마침내 가슴은 동굴보다 어두워 설레인고녀
다만 한 봉오리 피려는 장미 벌레가 좀치렸다.
그래서 더 예쁘고 진정 덧없지 아니하냐
또 어디 다른 하나를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황 혼>
내 골방의 커어틴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내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월 성좌와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산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어틴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시인 자신이 지니고 있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시에서 애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간들은 약하고 고독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이다.한 없이 약한 수인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애정이 절정에 이른 대목은 4연의 3~4행
*주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인간애의 정신.
<자야곡(子夜曲)>
수만 호 빛이라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 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돌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절여
바람 불고 눈보라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 막힐 마음 속에 어디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노라.
수만 호 빛이라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호 수>
내어달리고 저운 마음이련마는
바람 씻은 듯 다시 명상하는 눈동자
때로 백조를 불러 휘날려 보기도 하건만
그만 기슭을 안고 돌아누워 흑흑 흐느끼는 밤
희미한 별 그림자를 씹어 놓이는 동안
자주빛 안개 가벼운 명상(瞑想)같이 내려 씌운다.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순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움직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 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연 보(年譜)>
" 너는 돌다릿목에서 줘 왔다"던
할머니의 핀찬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지정 강언덕 그 마을에
벌어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 여덟 세 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라랑이 흘러 간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 길 위에
간(간) 잎만이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위에 걸어 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레이며 바람도 불지.
*연보: 시학1집(1939.4)수록
육사의 시는 대부분이 일제 치하에 사는 정신적 불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때문에 대부분의 작품이 침울하고 부정적인 색조에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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