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故園)의 시>
밤은 마을을 삼켜 버렸는데
개구리 울음소리는 밤을 샄켜 버렸는데
하나 둘....... 등불은 개구리 울음소리 속에 달린다.
이윽고 주정뱅이 보름달이 빠져 나와
은으로 칠한 풍경을 토(吐)한다.
*문장 3호(1939.4) 수록
이 시의 추천자인 정 지용은 "명암이 적확한 회화"라 했다. 그만큼 새롭고 인상적인 회화시이다.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 4월
----아주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드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드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전설만 길어 올리시네.
언덕을 넘어 황소의 울음소리도 흘러 오는데.
물동이에서도 아주머님 푸른 하늘이 넘쳐 흐르는구료.
*조광(1938.9) 수록
우물가를 통해서 우리네 고유한 성정(性情)과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전광 뉴스대에 하늘거리는
전쟁은 살구꽃처럼 만발했소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이 밤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흩날리는 낙하산 부대
낙화 L 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이 밤
청제비처럼 날아오는 총알에
맞받이로 정중선(正中線)을 얻어맞고
살구꽃처럼 불을 토하며
살구꽃처럼 떨어져 가는 융커기(機)
음악은 혈액처럼 흐르는데
달무리 같은
달무리 같은 나의 청춘과
마지노선(線)과의 관련, 말씀이죠?
제발 그것만은 묻지 말아 주세요
음악은 혈액처럼 흘러 흘러
고향 집에서 편지가 왔소
전주(全州) 백지 속에 하늘거리는
살구꽃은
살구꽃은 전쟁처럼 만발했소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이 밤
살구꽃처럼 차라리 웃으려오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이 밤
전쟁처럼
전쟁처럼 살구꽃이 만발했소
*문장(1940.11)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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