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풍 장...........이 한직

바보처럼1 2006. 8. 10. 22:51

<풍 장>

 

砂丘 위에서는

胡弓을 뜯는

님프의 동화가 그립다.

 

계절풍이여

카라반의방울소리를

실어다 다오.

 

葬送譜도 없이

나는 사구 위에서

風葬이 되는 구나.

 

날마다 밤마다

나는 한 개의 실루엣으로

괴로이 있다.

 

깨어진 오르갠이

杳然한 搖籃의 노래를

부른다, 귀의 탓인지

 

장송보도 없이

나는 사구 위에서

풍장이 되는구나.

 

그립은 사람아.

 

*문장4호(1939.5) 수록

정지용의 추천을 받은 작품이다..

가능한 한 감정을 재제해 버리고, 말을 쓰는 솜씨를 통해 시를 읽는 재미를 느껴 주게 해주는 시이다.

 

 

<동양의 산>

 

비쩍 마른 어깨가

항의하는 양 날카로운 것은

고발 않고는 못 참는

애달픈 천품을 타고난 까닭일게다.

격한 분화의 기억을 지녔다.

그 때는 어린 대로 심히 노해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해마다 헛되이 뿌리를 박았으나

끝내 삼림은 이루지 못하였다.

지나치게 처참함을 겪고 나면

오히려 이렇게도 마음 고요해지는 것일까.

이제는 고집하여야 할 아무 주장도 없다.

 

지금 산기슭에 바주카포가 진동하고

공산주의자들이 낯설은 외구말로 함성을 올린다.

그리고 실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손쉽게

쓰러져 죽은 선의의 사람들.

 

아, 그러나 그 무엇이 나의 이 고요함을

깨뜨릴 수 있으리오.

눈을 꼭 감은 채

나의 표정은 그대로 얼어 붙었나 보다.

미소마저 잊어버린

나는 동양의 산이다.

 

*시문학 3호(전시판)수록

6.25동란의 체험---그 절망과 슬픔 속에서도 침묵하는 자신을 동양의 산에 비해 보고있다.

*주제는 전쟁을 통한 허탈감과 생에의 집념.

 

 

<온 실>

 

그 유리창 너머

5 월의 창궁에는

나그나근한 게으름이 놓였다.

 

저 하늘

표운(漂雲)이 끊어지는 곳

한 대 비행기가 간다

 

우르릉 우르릉

하잔히 폭음을 날리며

 

진정

첫여름 온실 속은

해저보다 정밀(靜謐)한 우주였다

 

엽맥(葉脈)에는

아름다운 음악조차 담고

정오

아마릴리스는 호수의 체온을 가졌다

 

풍화한 토양은

날마다

겸양한 윤리의 꽃을 피웠지만

 

내 혈액 속에는

또 다른 꽃봉오리가

모르는 체 나날이 자라갔다

 

 

<낙 타>

 

눈을 감으면

 

어린 때 선생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드시고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상 추억한다.

---옛날에 옛날에---

 

낙타는 어린 때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읜 동심의 옛 이야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이 한직이 사용하는 시어속에 알게 모르게 서구적인 체취를 풍기고자 한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평을 들고 있다. 동시에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해 버리고 말을 쓰는 솜씨를 통해 시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자 하는 배려 또한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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