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장>
砂丘 위에서는
胡弓을 뜯는
님프의 동화가 그립다.
계절풍이여
카라반의방울소리를
실어다 다오.
葬送譜도 없이
나는 사구 위에서
風葬이 되는 구나.
날마다 밤마다
나는 한 개의 실루엣으로
괴로이 있다.
깨어진 오르갠이
杳然한 搖籃의 노래를
부른다, 귀의 탓인지
장송보도 없이
나는 사구 위에서
풍장이 되는구나.
그립은 사람아.
*문장4호(1939.5) 수록
정지용의 추천을 받은 작품이다..
가능한 한 감정을 재제해 버리고, 말을 쓰는 솜씨를 통해 시를 읽는 재미를 느껴 주게 해주는 시이다.
<동양의 산>
비쩍 마른 어깨가
항의하는 양 날카로운 것은
고발 않고는 못 참는
애달픈 천품을 타고난 까닭일게다.
격한 분화의 기억을 지녔다.
그 때는 어린 대로 심히 노해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해마다 헛되이 뿌리를 박았으나
끝내 삼림은 이루지 못하였다.
지나치게 처참함을 겪고 나면
오히려 이렇게도 마음 고요해지는 것일까.
이제는 고집하여야 할 아무 주장도 없다.
지금 산기슭에 바주카포가 진동하고
공산주의자들이 낯설은 외구말로 함성을 올린다.
그리고 실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손쉽게
쓰러져 죽은 선의의 사람들.
아, 그러나 그 무엇이 나의 이 고요함을
깨뜨릴 수 있으리오.
눈을 꼭 감은 채
나의 표정은 그대로 얼어 붙었나 보다.
미소마저 잊어버린
나는 동양의 산이다.
*시문학 3호(전시판)수록
6.25동란의 체험---그 절망과 슬픔 속에서도 침묵하는 자신을 동양의 산에 비해 보고있다.
*주제는 전쟁을 통한 허탈감과 생에의 집념.
<온 실>
그 유리창 너머
5 월의 창궁에는
나그나근한 게으름이 놓였다.
저 하늘
표운(漂雲)이 끊어지는 곳
한 대 비행기가 간다
우르릉 우르릉
하잔히 폭음을 날리며
진정
첫여름 온실 속은
해저보다 정밀(靜謐)한 우주였다
엽맥(葉脈)에는
아름다운 음악조차 담고
정오
아마릴리스는 호수의 체온을 가졌다
풍화한 토양은
날마다
겸양한 윤리의 꽃을 피웠지만
내 혈액 속에는
또 다른 꽃봉오리가
모르는 체 나날이 자라갔다
<낙 타>
눈을 감으면
어린 때 선생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드시고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상 추억한다.
---옛날에 옛날에---
낙타는 어린 때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읜 동심의 옛 이야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이 한직이 사용하는 시어속에 알게 모르게 서구적인 체취를 풍기고자 한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평을 들고 있다. 동시에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해 버리고 말을 쓰는 솜씨를 통해 시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자 하는 배려 또한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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