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유혹............송 욱

바보처럼1 2006. 11. 16. 21:53

<유 혹>

 

눈 감으면

모래밭이 다가선다.

깜박하지 말고

온 누리를

누리라고.

 

하늘에 솟는 탑을

돌로 쌓지 마라.

열흘을 네 곱절을

굶어 왔으면

부른 배 위에

나라를 세우라고.

 

어린이 어진 이가

가슴을 치면

하늘과 땅이

물구나무선다

몸을 던져라

몸을 던져라.

 

미치광이 무지개가

다리를 놓으면

우룃소리를

 구구대는 비둘기가,

번개가

굽이치는 시냇물이

모래밭

사람 사이로

 

*풍자성이 짙은 주지시.

감각과 서정이 융합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제는 추악한 현실을 역설과 풍자로 비판함

 

 

<장 미>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피 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며는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시집 <하여지향(1961)> 수록

정신과 육체의 갈등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1연: 장미의 모순 개념

2연: 장미의 의인화

3연: 주제연으로서 존재의 모순과 갈등.

 

 

<비 오는 창>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입김 서린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거슴츠레

구름이 파고 가는 누물 자욱은

어찌하여

쉴 새 없이 몰려드는가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이슬 맺힌 두 가슴으로

창살에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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