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혹>
눈 감으면
모래밭이 다가선다.
깜박하지 말고
온 누리를
누리라고.
하늘에 솟는 탑을
돌로 쌓지 마라.
열흘을 네 곱절을
굶어 왔으면
부른 배 위에
나라를 세우라고.
어린이 어진 이가
가슴을 치면
하늘과 땅이
물구나무선다
몸을 던져라
몸을 던져라.
미치광이 무지개가
다리를 놓으면
우룃소리를
구구대는 비둘기가,
번개가
굽이치는 시냇물이
모래밭
사람 사이로
*풍자성이 짙은 주지시.
감각과 서정이 융합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제는 추악한 현실을 역설과 풍자로 비판함
<장 미>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피 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며는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시집 <하여지향(1961)> 수록
정신과 육체의 갈등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1연: 장미의 모순 개념
2연: 장미의 의인화
3연: 주제연으로서 존재의 모순과 갈등.
<비 오는 창>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입김 서린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거슴츠레
구름이 파고 가는 누물 자욱은
어찌하여
쉴 새 없이 몰려드는가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이슬 맺힌 두 가슴으로
창살에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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