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댁>
새댁은 고스란히 말을 잃었다.
친정에 가서는 자랑이 꽃처럼 피다가도
돌아오면 입 봉하고 나붓이 절만 하는 호접(蝴蝶)
눈물은 깨물어 옷고름에 접고
웃음일랑 조용히 돌아서서 손등에 배앝는 것.
큰 기침 뜰에 오르면
공수(拱手)로 잘잘 치마를 끌어
문설주 반만 그림이 되며
세차게 사박스런 작은아씨 앞에도
너그러움 늘 자모(慈母)였다.
애정은 법으로 묶고
이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궁체(宮體)로 얌전히 상장을 쓰는.......
머리가 무룻같이 단정하던 새댁
지금은 바늘귀를 헛보시는 어머니.
아들은 뜬 구름인데도
바라고 바람은 태산이라
조용한 임종처럼
기다리는 새댁.
<해 녀>
모나리자의 부활이다
비너스도 이오니아의 신화도 아니었다.
휴우 휴우 휘파람 소리.....
황홀의 분만(分娩)이란 더디고 아픈 것
잎파리 하나로야 부끄러원 짜깨를 입었나, 죽은 모닥불에 종유(鐘乳)처럼 흐르는 머리, 흰 끄나풀로 리본을 맨다.
나는 떨려서 말이 언다
"그대가 삼성(三姓)의 따님이요"
"무사 마씀
아지방 어디서 오람수꽈"
우렁우렁 내부치는 항아리 울음인데
끝이 슬픈 것은 여자라서 그렇던가
상고(上古)의 강한 악센트를 눈치로 풀었다
"아이구 원 부치럽다
무사 모암수꽈"
"아마도 전설 앞에 꿈을 꾸나 보오
내사 뭍에서 불려 온 뜨내기지"
" 뭍!"
손을 모두면서
" 좋아게 좋아게"
부푼 두 포도알로 바다가 모자라는 열 일곱......
나는 고향을 불러 일으킨다
" 날 없고 헤여서 아니 갈련"
"없읍니다 나는양
바당에서 자람수다께"
핀이 꽃힌 나부처럼 해녀는 파닥인다
흐린 안개에 눈이 젖어
"마우다
아명해도......"
보조개로 손 끝을 빨며 살래살래 되뇌인다
" 차라리 감옷을 아니 주련
나 여기 머물러 너캉 나캉 흰 머리를 이자"
" 정 그러지 맙서개양"
망아지가 띈다 입 안데다 박꽃을 물면 벼랑이 무너지는
홍도깨 웃음
그제서야 나도 숨이 가쁜 목동
너무 햄쑤다양
마음이 오종종 햄쑤다"
놀(波濤)은 캉캉 치는 데 백랍(白蠟)이 확 풀리는 물거품.....
안아 보고 안아 봐도 뿌연 무지개 가루
나만 노을에 묻히란다
*제주도 해녀의 생활에서 취재한 향토적 서정성이 짙은 작품.
"모나리자의 부활" "잎파리 하나로야 부끄러워" "부끄러워 손 끝을 빨며"들의 표현은 여성의 부끄러움을 미화하여 정감을 보충시켜 주고 있다.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애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수래.
뉘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 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쓰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민속 놀이를 통한 생활의 애상과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여울- 은어- 백장미-공작- 달빛"등 아어(雅語)를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더했고, "가아응 가으응 수우워얼래애"와 같은 말로 리듬을 살리고 있다. "시의 음악성과 회화성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듣는 가작이다.
<혼 야(婚夜)>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山谷)인데
칠보 황홀히 오로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오이다.
어른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행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와......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 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 새 늙어 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언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은 구구 비둘기.
*부부의 정을 첫날 밤의 감회로 돌이켜 노래한 시.
'문예'에 추천된 작품.
비둘기는 부부 사이를 상징한다
" 공주-향낭-왕자" 등 화려한 시어를 써서 첫날 밤의 정감을 미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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