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새 댁.............이 동주

바보처럼1 2006. 11. 21. 13:31

<새 댁>

 

새댁은 고스란히 말을 잃었다.

 

친정에 가서는 자랑이 꽃처럼 피다가도

돌아오면 입 봉하고 나붓이 절만 하는 호접(蝴蝶)

 

눈물은 깨물어 옷고름에 접고

웃음일랑 조용히 돌아서서 손등에 배앝는 것.

 

큰 기침 뜰에 오르면

공수(拱手)로 잘잘 치마를 끌어

문설주 반만 그림이 되며

 

세차게 사박스런 작은아씨 앞에도

너그러움 늘 자모(慈母)였다.

 

애정은 법으로 묶고

이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궁체(宮體)로 얌전히 상장을 쓰는.......

 

머리가 무룻같이 단정하던 새댁

지금은 바늘귀를 헛보시는 어머니.

 

 

아들은 뜬 구름인데도

바라고 바람은 태산이라

 

조용한 임종처럼

기다리는 새댁.

 

 

<해 녀>

 

모나리자의 부활이다

비너스도 이오니아의 신화도 아니었다.

휴우 휴우 휘파람 소리.....

황홀의 분만(分娩)이란 더디고 아픈 것

잎파리 하나로야 부끄러원 짜깨를 입었나, 죽은 모닥불에 종유(鐘乳)처럼 흐르는 머리, 흰 끄나풀로 리본을 맨다.

나는 떨려서 말이 언다

"그대가 삼성(三姓)의 따님이요"

"무사 마씀

아지방 어디서 오람수꽈"

우렁우렁 내부치는 항아리 울음인데

끝이 슬픈 것은 여자라서 그렇던가

상고(上古)의 강한 악센트를 눈치로 풀었다

"아이구 원 부치럽다

무사 모암수꽈"

"아마도 전설 앞에 꿈을 꾸나 보오

내사 뭍에서 불려 온 뜨내기지"

" 뭍!"

손을 모두면서

" 좋아게 좋아게"

부푼 두 포도알로 바다가 모자라는 열 일곱......

나는 고향을 불러 일으킨다

" 날 없고 헤여서 아니 갈련"

"없읍니다 나는양

바당에서 자람수다께"

핀이 꽃힌 나부처럼 해녀는 파닥인다

흐린 안개에 눈이 젖어

"마우다

아명해도......"

보조개로 손 끝을 빨며 살래살래 되뇌인다

" 차라리 감옷을 아니 주련

나 여기 머물러 너캉 나캉 흰 머리를 이자"

" 정 그러지 맙서개양"

망아지가 띈다 입 안데다 박꽃을 물면 벼랑이 무너지는

홍도깨 웃음

그제서야 나도 숨이 가쁜 목동

너무 햄쑤다양

마음이 오종종 햄쑤다"

놀(波濤)은 캉캉 치는 데 백랍(白蠟)이 확 풀리는 물거품.....

안아 보고 안아 봐도 뿌연 무지개 가루

나만 노을에 묻히란다

 

*제주도 해녀의 생활에서 취재한 향토적 서정성이 짙은 작품.

"모나리자의 부활" "잎파리 하나로야 부끄러워" "부끄러워 손 끝을 빨며"들의 표현은 여성의 부끄러움을 미화하여 정감을 보충시켜 주고 있다.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애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수래.

 

뉘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 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쓰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민속 놀이를 통한 생활의 애상과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여울- 은어- 백장미-공작- 달빛"등 아어(雅語)를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더했고, "가아응 가으응 수우워얼래애"와 같은 말로 리듬을 살리고 있다. "시의 음악성과 회화성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듣는 가작이다.

 

 

<혼 야(婚夜)>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山谷)인데

칠보 황홀히 오로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오이다.

어른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행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와......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 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 새 늙어 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언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은 구구 비둘기. 

 

*부부의 정을 첫날 밤의 감회로 돌이켜 노래한 시.

'문예'에 추천된 작품.

비둘기는 부부 사이를 상징한다

" 공주-향낭-왕자" 등 화려한 시어를 써서 첫날 밤의 정감을 미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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