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왕도...........이 영순

바보처럼1 2006. 11. 21. 16:14

<왕 도(王 道)>

 

포도(鋪道) 위 빗속으로 색지(色紙) 풀이는 세월을 밟고 가면서

색연필로 그린 bonnard의 태양을 바삐 연상한다.

 

아내는 분만의 시간 속에

뜰을 왕래하며

뱃속의 물감 같은 사상을 애무하고 있겠지.

 

눈이 녹는 빗속을 빠져

나는 멀리 와 있다

꽃씨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연한

흙 위의

 

아내는 내 취향대로 사 간 방안의 벽지 무늬를

두고 태어날 사상과 의논하며 아이의 의견에

좇아 주리라 결심하고 있겠지

 

그때 내 곁에서 시도되는 것 Monet의 <봄의 들> 같은 이목구비가 분명치 않은

한 점으로만 모이는 윤곽

호각 속에 휘날리는 젊은 그림자를 본다

 

문 밖 나서는 아이에게 아내는

몸 섞어 마음 달이며 풍요한 성장을

기다려 다시 또 젊고 있겠지

 

비둘기 떼

익사(溺死)하는

아내의 뱃속은

화사하고 조용한 마을

 

왕도는 충만 속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