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미 사(響尾蛇)>
향미사야.
너는 방울을 흔들어라.
원을 그어 내 바퀴를 삥삥 돌면서
요령(搖鈴)처럼 너는 방울을 흔들어라.
나는 추겠다, 나의 춤을 !
사실 나는 화랑의 후예란다.
장미 가지 대신 넥타이라도 풀어서 손에 늘이고
내가 추는 나의 춤을 나는 보리라.
달밤이다.
끝없는 은모랫벌이다.
풀 한 포기 살지 않는 이 사하라에서
누구를 우리는 기다릴거냐.
향미사야.
너는 어서 방울을 흔들어라.
달밤이다.
끝없는 은모랫벌이다.
<기 산 부(箕山賦)>
기산 깊은 골짜기---
솔은 용(龍)의 모습을 배우며 늙었다.
그 밑에, 허유(許由)는
관도 없이 풀을 깔고 앉아 있었다.
구름은 가벼이 하늘을 달리고
산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나에게 천하를 주리라고.
가지에 걸었던
표(瓢)까지 버렸다.
마음을 흔드는 미풍조차 없었다.
모든 것은, 태고
현현(玄玄)한 중에 있었다.
어디선지 정정히
나무 찍는 소리.....
허유는 미소하며
앉아 있었다.
*죽림도를 포함해서 1948년 예술조선에 당선된 작품.
작자의 시작 노우트--
그 당시 나는 장자를 탐독하고 있던 때여서, 자연 이런 시를 쓰게 되었던 모양이며, 그 전에 받은 불교에 대한 약간의 교육과 워낙 비현실적인 나의 천성이 저도 모르게 가세했을 것으로 안다.
<죽 림 도(竹林圖)>
세상과 멀어
세상과 멀어
봄이란들 제비조차
안 오는 곳이었다
사철은 푸르른
죽림 가운데서
죽처럼 마음만을
지켜 사는 곳이었다
어찌 슬픔인들
없을까마는
북두(北斗)같이 드높이
위치한 곳이었다
세월조차 여기에는
만만적(漫漫的)하여
한 판의 바둑이
백 년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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