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향미사..............이 원섭

바보처럼1 2006. 11. 21. 16:28

<향 미 사(響尾蛇)>

 

향미사야.

너는 방울을 흔들어라.

원을 그어 내 바퀴를 삥삥 돌면서

요령(搖鈴)처럼 너는 방울을 흔들어라.

 

나는 추겠다, 나의 춤을 !

사실 나는 화랑의 후예란다.

장미 가지 대신 넥타이라도 풀어서 손에 늘이고

내가 추는 나의 춤을 나는 보리라.

 

달밤이다.

끝없는 은모랫벌이다.

풀 한 포기 살지 않는 이 사하라에서

누구를 우리는 기다릴거냐.

 

향미사야.

너는 어서 방울을 흔들어라.

달밤이다.

끝없는 은모랫벌이다.

 

 

<기 산 부(箕山賦)>

 

기산 깊은 골짜기---

솔은 용(龍)의 모습을 배우며 늙었다.

그 밑에, 허유(許由)는

관도 없이 풀을 깔고 앉아 있었다.

 

구름은 가벼이 하늘을 달리고

산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나에게 천하를 주리라고.

 

가지에 걸었던

표(瓢)까지 버렸다.

 

마음을 흔드는 미풍조차 없었다.

모든 것은, 태고

현현(玄玄)한 중에 있었다.

 

어디선지 정정히

나무 찍는 소리.....

 

허유는 미소하며

앉아 있었다.

 

*죽림도를 포함해서 1948년 예술조선에 당선된 작품.

작자의 시작 노우트--

그 당시 나는 장자를 탐독하고 있던 때여서, 자연 이런 시를 쓰게 되었던 모양이며, 그 전에 받은 불교에 대한 약간의 교육과 워낙 비현실적인 나의 천성이 저도 모르게 가세했을 것으로 안다.

 

 

<죽 림 도(竹林圖)>

 

세상과 멀어

세상과 멀어

봄이란들 제비조차

안 오는 곳이었다

 

사철은 푸르른

죽림 가운데서

죽처럼 마음만을

지켜 사는 곳이었다

 

어찌 슬픔인들

없을까마는

북두(北斗)같이 드높이

위치한 곳이었다

 

세월조차 여기에는

만만적(漫漫的)하여

한 판의 바둑이

백 년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