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상에게>
1
석련(石蓮)이라
시들 수도 없는 꽃잎을 밟으시고
환히 이승의 시간을 초월하신 당신이옵기
아 이렇게 가까우면서
아슬히 먼 자리에 계심이여
어느 바다 물결이
다만 당신의 발 밑에라도 찰락이겠나이까
또 어느 바람결이
그 가비연 당신의 옷자락을 스치이겠나이까
자브름하게 감으신 눈을
이젠 뜨실 수도 벙으러질 듯
오므린 입가의 가는 웃음결도
이젠 영 사라질 수 없으리니
그것이 그대로 한 영원인 까닭이로라.
해의 마음과
꽃의 훈향을 지니셨고녀
항시 티어 오는 영혼의 거울 속에
뭇 성신의 운행을 들으시며 그윽한 당신
아 꿈처럼 흐르는 구슬줄을
사붓이 드옵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시고.....
2
당신 앞에선 말을 잃습니다
미(美)란 사람을 절망케 하는 것
이제 마음놓고 죽어가는 사람처럼
절로 쉬어지는 한숨이 있을 따름입니다
관세음보살
당신의 모습을 저만치 보노라면
어느 명공(名工)의 솜씨인고 하는 건 통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어리석게 허나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은
저도 그처럼 당신을 기리는 단 한 편의
완미(完美)한 시를 쓰고 싶은 것입니다 구구절절이
당신의 지극히 높으신 덕과 고요와 평화와
미가 어리어서 한 궁필(窮畢)의 무게를 지니도록
그리하여 저의 하찮은 이름 석 자를 붙이기엔
너무도 아득하게 영묘(靈妙)한 시를
*작자의 말----
이 십일면 관세음보살상을 6.25라는 전쟁체험 뒤의 허탈과 절망에서 필자를 건져 준 미와 평화의 여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냐, 도통(道通)이냐. 문제는 곧잘 그리로 귀착된다. 시를 버리지 않는다 할지라도 구도적인 정진이 없이는 시의 깊이는 마련될 길이 없고 보니 도통과 표현애의 갈림길에서 서성거리는 시인은 이중의 업고를 지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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