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흐트러진 강줄기를 따라 하늘이 지쳐 간다.
어둠에 밀렸던 가슴
바람에 휘몰리면
강을 따라 하늘도 잇대어
퍼럭일 듯한 나래 같다지만
나를 떠나보내는 언덕엔
하늘과 강 사이를 거슬러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내게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언가.
밤마다 찢겼던 고뇌의 옷깃들이
이제는 더 알 것도 없는 아늑한 기슭의
검소한 차림에 쏠리워
들뜸도 없는 걸음걸이로
거슬러 오르는 게 아니면,
강물에 흘렸던 마음이
모든 것을 침묵케 하는 다른 마음의 상여로
입김 가신 찬 스스로의 동혈(洞血)을 지향하고
아픔을 참고 피를 쏟으며
나를 떠나보내는 강으로 이끌리워
되살아 오르는게 아닌가.
강 너머엔
강과 하늘로 어울린
또 하나의 내가 소리치며
짙은 어둠의 그림자로 비쳐 간다.
*성 춘복의 시세계는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참신한 지적서정이다.
'한국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설의 꽃...........신 기선 (0) | 2006.12.08 |
---|---|
갈 대............신 경림 (0) | 2006.12.08 |
화형 둔주곡(火刑遁走曲)...........성 찬경 (0) | 2006.12.08 |
관세음상에게............박 희진 (0) | 2006.12.08 |
차에서..............박 정온 (0) | 2006.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