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성 춘복

바보처럼1 2006. 12. 8. 22:22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흐트러진 강줄기를 따라 하늘이 지쳐 간다.

 

어둠에 밀렸던 가슴

바람에 휘몰리면

강을 따라 하늘도 잇대어

퍼럭일 듯한 나래 같다지만

 

나를 떠나보내는 언덕엔

하늘과 강 사이를 거슬러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내게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언가.

 

밤마다 찢겼던 고뇌의 옷깃들이

이제는 더 알 것도 없는 아늑한 기슭의

검소한 차림에 쏠리워

들뜸도 없는 걸음걸이로

거슬러 오르는 게 아니면,

 

강물에 흘렸던 마음이

모든 것을 침묵케 하는 다른 마음의 상여로

입김 가신 찬 스스로의 동혈(洞血)을 지향하고

아픔을 참고 피를 쏟으며

나를 떠나보내는 강으로 이끌리워

되살아 오르는게 아닌가.

 

강 너머엔

강과 하늘로 어울린

또 하나의 내가 소리치며

짙은 어둠의 그림자로 비쳐 간다.

 

*성 춘복의 시세계는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참신한 지적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