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내일은............위고

바보처럼1 2007. 3. 26. 02:07

<내일은>..............위고

       In Tomorrow

 

들판이 뿌옇게 밝아오면 내일은 새벽부터

나는 떠나리라, 그대 기다리고 있으니.

나는 가리라, 숲을 헤치고 산 넘어서

그대 곁을 떠나 더는 살 수 없구나.

 

깊은 생각에 잠겨 난 걸으리라.

눈에 비치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도 없으리니

낯선 나그네 되어 홀로 몸을 숙이고 팔장낀 내게

그대 없는 낮은 밤과 같으리라.

 

석양녘 황금빛 노을도 보지 않으리라.

멀리 아르프뢰프 둑으로 오는 돛단배도 보지 않으리라.

거기 가 그대 무덤을 꾸미리라

푸른 가시나무, 히이드 꽃다발로.

 

 

<씨 뿌리는 계절>

       Season for Sowing

 

지금은 해질녘

나는 문간에 앉아

일하는 마지막 순간을 비추는

하루의 끝을 찬미합니다.

 

남루한 옷을 걸친 한 노인이

밤 이슬 젖은 땅에

미래의 수확을 한줌 가득 뿌리는 것을

마음 흐뭇하게 쳐다 봅니다.

 

그의 크고 검은 그림자가

이 넓은 밭을 가득 채우니

그는 계절의 소중함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우리는 알겠습니다.

 

농부는 넓은 들판을

오가며 멀리 씨를 뿌리고

손을 폈다가는 다시 시작하고

나는 숨은 목격자, 혼자 쳐다 봅니다.

 

떠들썩한 소리 들려 오는 저 그림자가

장막의 깃을 펴며

별 나라에 까지 이르를 듯해

나는 씨 뿌리는 이의 장엄한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리 와요>

      Come on Here

 

이리 와요, 눈에 보이지 않는 피리가

목장에서 한숨 지어요.

가장 평화로운 노래는

목동의 노래.

 

푸른 떡갈나무 밑에서 바람은 잔 물결을 일으켜요.

어두운 물거울 위에

가장 즐거운 노래는

새들의 노래.

 

어떤 근심에도 괴로워 말아요.

우리 사랑 해요,영원히 사랑해요.

가장 멋진 노래는

사랑의 노래.

 

 

<5월은 활짝 꽃 피었네>

      May is Full-Blown Flower

 

활짝 꽃핀 5월의 목장은 우리를 부른다.

오라! 그리하여 거침없이 그대 가슴에

안아라.

저 산촌과 숲, 멋진 그늘

잔잔한 물결 곁의 휘황한 달빛

큰 길로 통하는 저 오솔길

이 바람과 봄, 그리고 끝없는 지평선

하늘의 옷 아래 닿는 입술같이

부드럽고 흥겨운 이 땅의 지평선을!

오라! 그리고 숱한 장막을 지나

이 땅 위에 내리는 수줍은 별들의 눈초리

향기와 노래 감도는 나무

들판에서 끓어오르는 한낮의 숨소리

그늘과 태양, 파도와 녹음

그리고 이 온갖 자연의 찬란함이

마치 한 송이 두 겹의 꽃인양

그대 마음에 아름다움을, 그대 가슴에

사랑을 꽃 피게 하라.

 

 

*위고(Victor Hugo, 1802-1885): <레미제라블>과<노틀담의 꼽추>로 우리에게 더 잘알려진 위고는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낭만파 시인으로 소설과 희곡도 많이 남겼다. 시집<동방 시집>,희곡<크롬웰><에르나니>,소설<파리의 노트르 담><레미제라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