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추억.............뫼리케

바보처럼1 2007. 3. 28. 02:13

<추 억>...................뫼리케

       Memory

 

우리 둘이 걷던 그 때가 마지막이었구나.

오, K여!

그래, 그게 최후였다.

둘이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비 갠 그날 우리 둘이서

해 뜬 넓은 길을 한 우산 속에

몸을 감추고 분주히 걸었다.

 

요정의 방인 것처럼

우리는 몸을 가까이 하고

마침내 손에 손을 꼭 쥐고!

 

우리는 별로 말이 없었다.

심장이 너무 뛰어

서로 그걸 눈치챘다.

 

둘이는 얼굴이 확확 달아 올라

그 까닭을 파라솔에서 비치는 햇살 탓으로 가장했다.

아, 너는 정녕 천사였지!

 

조용히 땅만 내려다 보고

그 갈색의 머리칼을

하이얀 목덜미에 늘어 뜨리며!

 

<지금 우리의 등 뒤 하늘에는

어쩜 무지개가 서 있을거야>하고

내가 말했다.

<게다가 저 창이 있는 곳에

메추리란 놈이 한 번 더 즐겁게 울 것 같애!>

 

걸으며 난 이렇게 생각했었지.

우리의 옛날 천진한 장난을

내 고향 그 마을을

그 헤아릴 길 없는 기쁨을--

 

                     -이하 생략-

 

 

<램 프>

      A Lamp

 

오, 너 아름다운 램프여,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여기 여린 사슬에 간들간들 매달린 채

지금은 거의 잊혀진 휴게실 천정을 장식하고 있구나.

황록색 구리로 된 담장넝쿨 테를 두른

너의 흰 대리석 받침대 위에

한 무리 아이들이 즐겁게 윤무를 추고 있다.

모두 얼마나 매혹적이고 감미로운가!

이 모든 형상을 싸고

진지하고 다사로운 마음이 흘러 넘쳐--

얼마나 순수한 예술품인가. 어느 누가 이를 눈여겨 보랴?

그러나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그 자신 속깊이 지극한 행복이 빛난다.

 

 

*뫼리케(Edward Morike, 1804-1875): 독일 슈봐벤 태생의 목사,소설가,시인.세간의 명성에 대해 무관심했던 그는 사후에야 괴테 다음가는 시인으로 진가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