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쉬토름
At Dusk
조그만 방 한 구석에 우리 두 사람은 앉아 있었다.
저녁 해는 커어튼 사이로 새어 들었다.
부지런히 일하던 네 손도 그 때 쉬고 있는데
네 이마는 빨간 햇볕에 물들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이 즐거운 시간에 알맞는 어떤 말도 나는 알지 못했다.
이웃 방에서는 노인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날들이 우리 마음에 크고 이상스럽게 소생한다.
아--- 그 뒤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무런 것도
그 옛날 소녀였던 우리가 뜰에서 나비를 잡던
그 시절의 날보다 더 맑은 빛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다시 한 번>
once More
다시 한 번 내 무릎에 떨어지는
정열의 빠알간 장미 꽃송이.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파고드는
소녀의 아름다운 그 눈망울.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메아리치는
소녀의 거센 한숨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간지럽히는
유월의 뜨거운 여름 바람.
<4 월>
April
저기서 울고 있는 것은 콩새입니다.
마음을 뒤흔들어 주는 것은 봄입니다.
사뿐한 몸짓으로 아른거리며
땅 속에서 정령(정령)들이 피어 납니다.
부질없이 흘러가는 꿈같은 목숨--
꽃같은, 잎파리같은, 나무와도 같은
나의 목숨이여!
*쉬토름(Theodor Storm,1817-1888); 독일의서정시인 마이어 등과 더불어 소설에서 19세기 독일 사실주의를 대표하여 정감어린 맑고 셈세한 서정시편을 남겼으며 소설<임멘저>가 널리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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