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두 고아...........파스콜리

바보처럼1 2007. 4. 12. 19:28

<두 고아>

     Two Orphans

 

                          1

ㅡ형,말해도 괜찮겠우?

ㅡ괜찮지 뭐, 난 아무래도 잠 못 잘 텐데.

ㅡ몸뚱이가 근질거려요...

ㅡ아마 빈대가 있는가 봐.

 

ㅡ형, 방금 어두운 밖에서 들리는 울음소릴 들었우?

ㅡ아마 개 짖는 소릴테지...

ㅡ문 밖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ㅡ바람소리겠지...

ㅡ나직한 소리가 두 번 났어...

ㅡ그건 아마 방금 내리기 시작한 빗소릴거야.

ㅡ저 소리 들리우?

ㅡ종소리로군.

 

ㅡ조종(弔鍾) 소리 ? 아님 쇠망치 소리?

ㅡ글쎄...

ㅡ나,무서워...

ㅡ나도 그래.

ㅡ천둥 소리가 나는데... 어떡하지?

ㅡ난 안들리는 데, 내 곁으로 바싹 다가오렴.

   우린 사이가 좋지 않아.

 

 

                            2

ㅡ또 말해도 괜찮우? 밤새도록 불을 켜놓았던 때가 형은 생각나우?

ㅡ그러나 지금은 불도 꺼지고 없잖아.

ㅡ그때도 난 무서웠어, 약간.

ㅡ지금은 우릴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캄캄한 어둠 속에 둘만 남았잖아.

 

ㅡ엄마는 방문 저편에 계셨었지, 이따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도 들었어요.

ㅡ그러나 이젠 엄마도 돌아가셨는데...

 

ㅡ생각나우? 그땐 우리도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았던 걸.

ㅡ지금은 이렇게 좋지 않아...

ㅡ그러나 지금은 우릴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ㅡ우리가 하는 일을 뭐든지 용서해 줄 사람도 말야.

 

 

*파스콜리(Giovanni Pascoli, 1855-1912);이탈리아 시인. 다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일찌기 아버지를 잃고 인생의 온갖 쓰라림을 겪은 그의 시에는 사자(死者)에 대한 추모와 고뇌를 읊은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