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과목(果木).............박 성룡

바보처럼1 2006. 12. 6. 22:45

<과 목(果木)>

 

과목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敬愕)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薄質) 붉은 황토에

가지들은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러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滅裂)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게 되는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흔히 시를 잃고 저무는 한 해, 그 가을에도

나는 이 과목의 기적 앞에 시력을 회복한다.

 

*작자의 말-----

<과목>이란 작품은 "신의 은총"을 주제로하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어느 은사의 말 한마디에서 얻은 소재였다..... .

그 은사께서는 "참 신기하단 말야. 저렇게 토박한 땅에서 저런 과일이 열리다니..... ."하시는 것이었다.

그 은사의 그  한마디는 오랜 동안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작품화해 본 것이었다.

 

 

<풀 잎>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 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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